30년 리글리필드 ‘명물 옥상’의 몰락… 거대 구단 앞에 무릎 꿇은 마지막 건물주

40만 달러로 시작해 연 13억 4000만 원 일군 ‘야구장 낭만’… 컵스의 가림막과 40% 수수료 요구에 결국 백기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 외야 담장 너머 건물 옥상에 설치된 사설 관람석 전경. 관중들이 옥상 좌석에 앉아 야구장 내부를 내려다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외야 담장 너머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고 야구를 내려다보던 낭만의 시대가 30년 만에 마침표를 찍을 위기에 처했다.

 

110년 역사의 유서 깊은 구장, 시카고 컵스의 리글리필드를 병풍처럼 둘러쌌던 ‘루프탑(옥상 관람석)’ 상권이 거대 자본을 앞세운 구단의 손에 완전히 넘어가게 됐다. 미 연방법원이 지난달 30일쯤, 구단에 맞서 끝까지 버티던 마지막 개인 건물주 에이든 더니컨(64)에게 관람석 티켓 판매를 즉각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다.

 

◆ 1990년대 40만 달러로 띄운 승부수… 연 13억 4000만 원 ‘황금알’로

 

시작은 1990년대였다. 더니컨은 리글리필드 외야 담장 바로 건너편 낡은 건물을 40만 달러에 사들였다. 4층으로 건물을 올린 뒤 옥상에 경사진 관람석을 얹자 마법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담장 너머 파란 잔디와 관중의 함성이 고스란히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음식과 맥주를 무제한 제공하며 100~300달러를 받는 이 200석 규모의 옥상은 팬들 사이에서 명소로 떠올랐다. 연간 매출만 100만 달러(약 13억 4000만 원). 골목의 작은 옥상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 20년의 밀월… 그리고 시작된 ‘조망권 전쟁’과 가림막

 

처음엔 구단과 건물주들의 공존이 가능했다. 2004년 컵스는 매출의 17%를 떼어가는 조건으로 20년 동안 옥상 영업을 눈감아주며 공식 상생 협약을 맺었다.

 

균열은 2023년 말 협약 만료와 함께 터져 나왔다. 컵스는 리글리필드 주변 건물을 하나둘 직접 사들이며 주변 상권을 직접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홀로 남은 더니컨에게 포스트시즌 매출의 40%라는 가혹한 재계약 조건을 요구했다. 더니컨이 반발하자 구단은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야구장 외야에 대형 가림막과 광고판을 쳐서 더니컨 옥상의 시야를 가로막는 실력 행사까지 벌였다.

 

◆ “200만 달러 들였는데”… 백기 든 마지막 사업자

 

법원의 이번 판매 중단 명령으로 더니컨의 30년 야구 장사는 벼랑 끝에 몰렸다. 주변 건물 11채가 이미 컵스의 손에 넘어간 상황에서, 법적 무기까지 쥐어든 구단에 맞설 여력은 사실상 바닥났다.

 

더니컨은 항소를 예고하면서도 “2010년 건물 리모델링에만 200만 달러(약 26억 8000만 원) 이상을 쏟아부었다”며 “합당한 제안이 온다면 건물 매각도 검토하겠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