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단지 없어도 풍력기업 150곳…바스크 주의 비결

아옌데 차관 "에너지와 산업은 같이 가야"
가메사·이베르드롤라 중심으로 부품 공급망 형성

“에너지와 산업이 같이 가야 합니다.”

 

이란추 아옌데 페르난데스 데 에리베 스페인 북부 바스크 주 정부 산업에너지전환지속가능발전부 에너지전환 차관은 바스크 풍력산업의 성장 비결을 이렇게 요약했다. 아옌데 차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빌바오 현지 바스크무역투자청 사무실에서 한국 취재진과 가진 간담회에서 바스크 주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산업 육성과 떼 놓지 않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란추 아옌데 페르난데스 데 에리베 스페인 바스크 주 정부 산업에너지전환지속가능발전부 에너지전환 차관이 최근 한국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 제공

바스크 앞바다에는 현재까지 상업용 해상풍력 단지가 없다. 육상풍력 단지도 2000∼2005년 5곳이 들어선 뒤 20년 가까이 추가 건설이 없다가 지난해 말에야 40MW(메가와트) 규모 신규 단지 건설이 시작돼 올해 말 상업운전 예정이다.  

 

그런데도 바스크는 탄탄한 풍력산업 가치사슬을 자랑한다. 바스크무역투자청에 따르면 바스크 풍력 가치사슬 기업은 2021년 기준 150곳, 바스크 내 고용 5100명, 세계 시장 매출은 157억유로(한화 약 24조원)에 이른다. 

 

아옌데 차관은 바스크에 풍력 공급망이 자리 잡은 데 대해 ‘시기’가 우선 중요했다고 평했다. 그는 “2000년 첫 육상풍력 단지를 개발할 때는 재생에너지가 막 발전하던 시기였다”며 “우리는 선구자였기 때문에 이만큼 산업 발전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과 연계한 에너지 정책이 발전하면서 공급망과 기술이 함께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선도 기업’의 역할도 빼놓지 않았다. 아옌데 차관은 “가메사라는 풍력발전 기업이 바스크에 있다”며 “이베르드롤라와 협업하고 있는데, 이런 기업들 덕분에 산업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베르드롤라는 세계적인 풍력 운영사, 가메사(현 지멘스가메사)는 세계적인 풍력터빈 제조사다. 두 회사는 바스크에 뿌리를 둔 기업이다. 가메사는 2017년 독일 지멘스 풍력 사업과 합병해 현재 지멘스가메사가 됐다. 본사는 여전히 바스크에 있다. 

 

두 기업을 정점으로 발전기·기어박스(증속 장치)·베어링(회전부 마찰을 줄이는 부품)·피치 시스템(날개 각도 조절 장치)·타워·인양 장비 등 풍력발전 부품 전 영역에 걸쳐 바스크 지역 기업들이 공급망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바스크 주에서 풍력발전기 부품 공급망을 이루고 있는 지역 기업들. 바스크무역투자청 제공

바스크 주 정부의 정책 설계는 산업을 뒷전에 두지 않는다. 지난해 6월 발표한 ‘바스크 산업계획 2030’에서도 산업 확대, 산업 고도화, 배출량 감축을 3대 축으로 내세웠다. 아옌데 차관은 “바스크는 산업 발전을 에너지 분야 안에서 이루려 했다”며 “산업 발전과 에너지는 함께 가는 것”이라고 했다.  

 

아옌데 차관은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의 한계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현재 바스크에서 해상풍력은 충분히 발전하지 않은 상태”라며 “원하는 속도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바스크 해안은 수심이 깊어 바닥에 기초를 박는 고정식 해상풍력 개발이 쉽지 않고 부유식 해상풍력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육상풍력은 인·허가 절차가 만만치 않아 보급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아옌데 차관은 바스크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7% 정도로 유럽 평균(40%)에 크게 못 미친다며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현재 해상풍력 국내 공급망 강화를 추진 중이지만 지멘스가메사처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선도 기업을 갖추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아옌데 차관은 관련 질문에 “(풍력과 관련해) 어떤 산업과 분야가 있고, 어떤 시도가 가능하며, 어떤 사업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도하는 기업이 작은 기업을 끌어올 수 있을지도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