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이용료 부담이 그린피를 넘어 캐디피로 번지고 있다. 캐디 인력 확보 경쟁이 요금 인상을 부추기는 가운데, 캐디 동반을 당연시해 온 골프장 운영 관행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골퍼가 캐디 동반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1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발표한 ‘국내 골프장의 캐디피 추이’에 따르면 국내 골퍼들의 캐디피 지출액은 2025년 1조7240억원으로 추산됐다. 2015년 약 9713억원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약 7527억원 늘어난 규모다. 증가율은 77.5%로, 연평균 증가율은 약 5.9%다. 연구소는 골퍼 520만명을 기준으로 오버피를 제외한 1인당 연간 캐디피 지출액을 약 33만원으로 추산했다.
골프장별 요금 인상 폭은 회원제가 대중형보다 컸다. 대중형 골프장의 팀당 평균 캐디피는 2016년 11만9200원에서 2026년 10월 14만8100원으로 2만8900원(24.2%) 올랐다. 회원제는 같은 기간 12만700원에서 15만5500원으로 3만4800원(28.8%) 상승했다. 회원제의 인상액은 대중형보다 5900원 많았고, 상승률 차이는 4.6%포인트였다.
요금대별 분포에서도 변화가 뚜렷했다. 팀당 15만원을 받는 골프장은 2022년 5월 77곳에서 2024년 5월 299곳으로 늘었고, 2026년 10월에는 320곳에 이르렀다. 약 4년 5개월 만에 4.2배로 증가한 것이다. 반면 팀당 14만원을 받는 골프장은 같은 기간 139곳에서 21곳으로 줄어 118곳(84.9%) 감소했다.
15만원을 넘어선 요금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팀당 16만원을 받는 골프장은 2024년 5월 3곳에서 2026년 10월 53곳으로 늘었다. 17만원을 받는 골프장도 같은 기간 6곳에서 16곳으로 증가했다. 해당 통계는 대중형 18홀 이상 골프장과 회원제 골프장을 합산한 것으로, 노캐디 골프장은 제외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대중형 골프장의 팀당 평균 캐디피가 15만29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제주가 15만600원으로 뒤를 이었고, 강원과 전북은 각각 15만원이었다. 부산·울산·경남은 14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의 차이는 팀당 4900원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캐디 인력 확보 경쟁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제시했다. 강원 지역의 한 대규모 골프장이 캐디를 확보하기 위해 팀당 요금을 16만원으로 책정하자, 인근 골프장들도 인력 이탈을 막으려고 같은 수준으로 요금을 올렸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골프장들이 캐디를 직접 양성하기보다 인근 골프장에서 채용하는 관행도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봤다.
연구소가 추산한 캐디 1인당 연간 수입은 약 4100만원이다. 캐디는 통상 2∼3개월의 교육을 거쳐 현장에 투입되며, 60대까지 일하는 사례도 있다. 연구소는 여성 지원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산악형 골프장을 중심으로 남성 캐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금액은 연구소의 추산치로, 캐디별 실제 소득이나 경비를 뺀 순수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본과 비교하면 국내 캐디피는 높은 편이다.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일본 골프장의 캐디피는 1인당 3000∼4000엔으로, 원화로 약 2만5800∼3만4400원이다. 국내 팀당 평균 캐디피를 4명이 나눠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1인당 약 3만7500원으로, 일본의 제시된 요금 범위를 웃돈다. 다만 국내는 팀 단위 요금을 나눠 내는 방식이고 일본은 1인당 요금을 기준으로 제시한 만큼, 서비스와 이용 조건을 동일하게 맞춘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캐디 동반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매일경제·한국리서치가 2026년 8월 공개한 ‘MK 대한민국 골프장 평가’에서 조사 참여자 2316명 가운데 64.2%는 캐디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필요하다는 응답은 27.6%에 그쳤다. 캐디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 비율은 2023년 첫 조사 이후 가장 높았다.
제도 개선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2025년 11월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 개정을 요청하며 캐디·카트 이용 강제와 4인 플레이 강제 등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2026년 8월에는 캐디피 결제수단 다양화도 추진했다. 신용카드와 계좌이체, 간편결제 등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됐지만, 당시에는 개정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캐디 동반을 당연시하는 골프장 운영 관행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골퍼들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골프장들이 굳이 캐디 동반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노캐디제 확대를 위해서는 경기 지연과 안전사고 우려에 대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소장은 “슬로 플레이와 안전사고 위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면 골퍼는 비용 부담을 덜고, 골프장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