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주류 매대가 달라지고 있다. 와인과 위스키 중심이던 상품 구성이 중국 백주와 일본 사케, 미국 크래프트맥주 등 세계 각국의 술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주류를 가격보다 취향과 음식 궁합에 맞춰 고르는 소비자가 늘면서 편의점 업계도 국내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술을 앞다퉈 들여오고 있다. 스마트오더와 예약구매가 자리 잡으면서 점포마다 많은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도 상품 종류를 늘릴 수 있게 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GS25에서는 이런 변화가 매출로 나타나고 있다. GS25의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와인25플러스의 중국 백주 매출은 2023년과 비교해 올해 35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 사케는 9.5배, 수입맥주는 2배 이상 증가했다.
과거 중식당 회식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 백주는 마라탕과 꿔바로우, 양고기 등이 일상적인 외식 메뉴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층이 넓어지고 있다. GS25는 연태고량주부터 귀주마오타이 시리즈까지 가격대가 다른 백주를 와인25플러스에서 판매하고 있다.
사케도 비슷하다. 1만원대 제품부터 닷사이 등 프리미엄 브랜드, 선물용 세트까지 상품군을 넓혔다.
수입맥주에서는 미국 크래프트맥주를 강화하고 있다. GS25는 주류 수입사 원월드비어와 손잡고 포틀랜드 사이더와 아웃터레인지, 니딥, 에일스미스, 브레이크사이드 등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메인주의 크래프트 브루어리 알라가쉬 제품도 국내 편의점 채널에 단독으로 선보였다.
와인25플러스에서 취급하는 주류는 현재 와인과 양주, 맥주, 전통·기타주류 등을 합쳐 약 5000종이다. 이용자는 우리동네GS 앱에서 결제한 뒤 전국 GS25와 GS더프레시 점포를 지정해 제품을 받을 수 있다.
경쟁 편의점들도 주류 소비층의 취향 세분화에 맞춰 상품 구색을 바꾸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사케에서 흥행 상품을 만들었다. 방송인 추성훈과 함께 선보인 일본식 사케 아키그린은 지난해 12월 출시한 초도 물량 4만병이 소진돼 올해 1월 2만병을 추가로 들여왔다. 주 소비층은 20~30대로 나타났다.
위스키에서는 가격 문턱을 낮추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2월 출시한 블랙서클과 올해 7월 내놓은 블랙서클MAX는 지난 8월 누적 판매량 100만병을 넘어섰다.
특히 세븐일레븐 전체 위스키 매출에서 3만원 미만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7.5%에서 올해 8월 76.9%까지 높아졌다. 블랙서클은 1만9000원, 블랙서클MAX는 2만3900원으로 하이볼과 홈술 수요를 공략했다.
CU는 글로벌 브랜드를 편의점형 주류로 재해석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글로벌 보드카 브랜드 앱솔루트와 협업해 앱솔루트 보드카를 넣은 생과일 하이볼 2종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CU에 따르면 하이볼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포켓CU를 통한 주류 예약구매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앱에서 상품과 수령일을 고른 뒤 지정한 CU 점포에서 받는 방식으로, 점포에 원하는 주류가 없더라도 미리 확보할 수 있다.
이마트24 역시 와인과 위스키에 사케를 더하고 있다. 올해 추석 선물 상품에는 조니워커 블루 등 프리미엄 위스키와 함께 일본 사케 브랜드 쿠보타 3종 세트를 포함했다.
앱에서는 예약픽업 서비스를 통해 와인과 한정 상품 등을 주문한 뒤 가까운 점포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편의점 주류 경쟁이 와인 대중화와 위스키 열풍을 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특정 주종이 시장을 주도하기보다 사케와 백주, 크래프트맥주, 하이볼처럼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과 음식, 음용 방식에 따라 술을 골라 마시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편의점 업체 입장에서도 스마트오더와 예약구매는 상품 구색을 넓히는 수단이다. 모든 점포에 고가·비주류 상품을 쌓아둘 필요 없이 앱에서 주문을 받은 뒤 지정 점포로 보내는 방식이어서 일반 점포의 진열 공간과 재고 부담을 줄이면서도 취급 품목을 늘릴 수 있다.
GS25는 와인25플러스를 통해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해외 주류와 국가별 대표 상품을 추가로 발굴할 계획이다. 와인에서 시작한 편의점 주류 경쟁이 이제 세계 각국의 술을 누가 먼저 찾아내고 편리하게 연결하느냐를 놓고 벌어지는 상품 발굴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