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먹고 뛰고 두부 만들고…유통업계, 소비자 직접 부른다

유통업계가 소비자를 광고의 시청자가 아닌 행사 참가자로 직접 불러내고 있다.

 

각사 제공

제품을 먹어보는 체험단에서 출발해 수천 명이 뛰는 러닝 대회, 1박2일 수확 여행, 어린이 그림대회까지 방식도 다양해졌다. 제품의 특징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소비자가 브랜드와 직접 시간을 보내도록 만드는 쪽으로 마케팅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10월에도 이런 행사가 이어진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GRS는 10월 4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롯데리아 러닝 페스티벌 ‘2026 리아는 배불런’을 연다. 만 19세 이상 성인 2000명이 참가해 공원 내부 5㎞ 코스를 달리는 행사다. 참가비는 5만원이며, 8월 롯데잇츠에서 리아 불고기나 리아 새우버거를 구매한 고객은 4만5000원에 참가권을 살 수 있도록 했다. 단순 러닝 대회를 넘어 롯데리아의 먹거리와 콘텐츠를 함께 경험하는 행사로 꾸몄다.

 

식품 브랜드와 러닝의 결합은 이미 흥행 가능성을 보여줬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9월 5일 경기 하남 미사경정공원에서 아이스크림 브랜드 ‘설레임’을 앞세운 ‘설레임런’을 열었다. 10㎞ 정식 기록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당초 3000명 규모로 기획했다가 참가자를 3300명까지 늘렸다. 설레임 모델인 기안84도 직접 레이스에 참여했다.

 

현장에는 더위를 식히는 미스트 터널과 포토 공간 등을 설치해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가진 ‘시원함’을 러닝 경험과 연결했다. 선착순 판매한 참가 티켓 2500장은 약 2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지난해 5㎞ 펀런 형태였던 행사를 올해 10㎞ 정식 대회로 키웠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제품을 오래 써보게 만드는 방식도 있다.

 

정식품은 ‘그린비아 당 케어 테이스터’ 30인을 선정해 약 50일간 제품을 직접 섭취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그린비아 당 케어’ 호두맛과 곡물맛을 먹으면서 일상에서 당 관리를 실천하는 과정과 제품 활용법을 개인 SNS에 공유했다. 한 번 먹고 후기를 남기는 체험단보다 제품이 생활 속에 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린비아 당 케어’는 혈당 관리와 당 식이 조절을 고려한 전문영양식이다. 저당·고식이섬유·저나트륨으로 설계하고 3대 영양소와 25종의 비타민·미네랄, 식물성 위주의 혼합 단백질 10g 등을 담았다.

 

풀무원은 제품을 넘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자체를 체험하도록 했다.

 

풀무원은 참가자 모집을 마친 뒤 10월 23~24일 충북 괴산 풀무원아카데미에서 ‘2026 가을 스테이풀무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가을 프로그램은 엄마와 딸이 함께하는 ‘모녀 수확여행’으로 구성했다. 성인 모녀 20팀, 모두 40명이 참여한다.

 

참가자들은 풀무원 농장에서 가을 작물을 수확하고 직접 두부를 만든다. 싱잉볼 명상과 모녀 스냅 촬영, 캠프파이어도 진행한다. 풀무원이 내세우는 자연·먹거리·지속가능한 생활이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숙박형 프로그램 안에 넣은 셈이다. 스테이풀무원은 봄과 가을 연 2회 운영되고 있다.

 

가족 전체를 브랜드 행사장으로 불러들이는 기업도 있다.

 

빙그레는 10월 17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제39회 빙그레 어린이 그림잔치’를 연다. 전국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선착순 3000명을 모집하며 참가 신청은 10월 14일까지 받는다.

 

올해 주제는 ‘독립’이다.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마린보이 서커스, 페이스페인팅, 태권도 공연, 담벼락 낙서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빙그레 왕국’ 포토존과 폴라로이드 촬영 행사도 마련한다. 어린이 한 명의 참여가 부모 등 가족 단위 방문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브랜드가 여러 세대와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행사다.

 

식품업계가 이처럼 체험형 행사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접하는 방식의 변화가 있다.

 

TV나 온라인 광고로 제품을 반복 노출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먹고, 뛰고, 만들고, 사진을 찍은 뒤 그 경험을 SNS에 다시 공유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행사 참가자가 브랜드 콘텐츠의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확산 채널이 되는 셈이다.

 

특히 러닝처럼 최근 참여자가 빠르게 늘어난 활동이나 건강관리, 가족여행 등 소비자의 관심사를 제품과 연결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설레임은 ‘시원함’을 러닝과 묶었고, 그린비아는 당 관리 습관에 제품을 넣었다. 풀무원은 농장과 두부 만들기로 지속가능한 먹거리 경험을, 빙그레는 어린이 그림대회로 가족과의 접점을 넓혔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을 한 번 노출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제품 특성과 소비자의 관심사를 연결한 참여형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