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과메기는 '대만산', 대관령 황태채는 '러시아산'… 이런 표기 괜찮을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중국에서 잡은 생선을 제주에서 건조·가공 했다면 이 생선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포장지 앞면에 ‘제주에서 말린 자연산 생선’을 강조한 제품의 원산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포장지의 광고 문구와 달리 포장지 뒷면에는 해당 생선의 원산지가 중국으로 표기돼 있기 때문이다. 이 게시물에는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A씨는 “포장지에는 ‘포항 구룡포 과메기’라고 적혀 있지만 꽁치 원산지가 대만 이었다”고 했고, B씨는 “‘안동 간고등어’를 구매했더니 노르웨이산 고등어였다”는 후기도 있다. 이처럼 국내산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기법은 법적으로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일까.

 

이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제작된 가상 연출 컷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는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사진=구글 gemini 생성 이미지

◆원산지 외국인데 포장지엔 국내 지역명?

 

논란이 된 제주에서 말린 생선 제품은 제품명과 브랜드명에도 모두 ‘제주’가 들어가 더욱 오해 소지가 있었다고 처음 해당 글을 올린 게시자는 주장했다. 이를 두고 SNS에선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가공 지역을 포장지에 쓰는 것이 오랜 관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수입 재료를 국내에서 가공했다고 국내 지역명을 표기해 판매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제품의 제조·가공과 원재료가 해당 지역의 연관성이 있다면 상품명 등에 지역명을 사용할 수 있다.

 

예컨데, 중국산 해산물이지만 제주에서 가공했다면 상품명에 ‘제주’를 쓸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표시광고법(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상 기준으로 제주에서 제조나 가공하지 않는 등 제주와 연관 지을 점이 하나도 없다면 사실과 달라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연관성이 있다면 지역명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장지에 적힌 지역명과 원산지가 다른 제품. 연합뉴스

그 지역만의 독특한 방식이 적용됐거나 지역과의 협업(컬래버레이션), 업무 협약 등도 지역명을 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제품명의 일부로 지역명을 표시하는 경우 해당 지역과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다면 표시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 “식품표시광고법 및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서는 제품명의 일부로 특정 지역명을 표시하는 것에 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지역명 사용과 관련해 해당 지역과의 연관성(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원재료를 사용하거나 해당 지역에서 제품의 제조·가공 작업의 진행, 그 지역만의 독특한 방식, 협업, 업무협약 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타법(‘원산지표시법’, ‘상표법’ 등)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영업자 책임하에 표시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천안 호두과자인데 미국 캘리포니아산 호두를 썼다거나, 부산 어묵인데 실제 제조공장은 다른 지역에 있는 등 온라인에서 거론되는 다른 사례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입산 호두를 사용해 국내 가공 과정(반죽, 구움 등)을 거치면 한국이 되지만, 사용한 원재료의 수입 국가는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수산물은 기본적으로 어획 해역을 기준으로 원산지를 표시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상품명과 원산지는 별개

 

상품에 지역명을 사용할 수 있는지와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원산지는 법에 따라 정확하게 표기돼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산 생선을 국내에서 가공했다고 국내산으로 표시해선 안 된다. 농산물과 달리 생선은 국내 선박이 원해에서 잡기도 하고 외국 선박이 한국 근처의 공해상에서 조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수산물은 기본적으로 어획 해역을 기준으로 원산지를 표시한다. 그러나 공해에서 어획한 수산물은 선박의 국적에 따라 원산지가 결정된다.

우리 영해가 아니라도 우리나라 배가 잡은 수산물은 국산으로 표시할 수 있다. 연합뉴스

수산물의 원산지 관리를 관할하는 해수부는 “공해에선 해당 선박의 국적에 따라 간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우리 영해가 아니라도 우리나라 배가 잡은 수산물은 국산으로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중국산 오징어를 국내에 가져와 국내산 재료도 첨가해 오징어젓갈을 가공했다면 이 오징어젓갈의 원산지는 어떻게 될까. 원산지표시법 시행령 제3조제2항에 따라 가공품은 기본적으로 배합비율 1~3순위까지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예컨대, 오징어젓갈 제품이라면 오징어가 중국산임을 표시해야 한다. 원료 농수산물 명칭을 제품명 또는 제품명의 일부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표시 대상이 아니라도 추가로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한편 최근 4년간 농축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가 1만4000건, 적발 물량은 약 2만2000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부터 지난 8월까지 3년8개월간 농축수산물 원산지 거짓표시·미표시로 적발된 건수는 총 1만3856건, 위반 물량은 총 2만1629t으로 집계됐다. 항목별로 보면, 농축산물은 1만1846건(2만1263t), 수산물은 2010건(366t)이 적발됐다. 올해에도 8개월간 농축수산물 2384건, 1798t의 물량이 원산지 위반으로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