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제조 공정과 품질 기준을 전주공장에 그대로 적용해 한국 소비자가 느끼는 ‘이치방시보리’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8일 경기도 용인 통합연구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린 ‘이치방시보리’의 국내 생산 개시를 알리며 이같이 밝혔다.
장 대표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더욱 신선한 제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소비자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과 가치를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의 ‘이치방 시보리’ 국내 생산은 일본 기린사와 자본관계가 없는 수입유통사에 의한 아시아 최초의 라이선스 생산이다. 일본 맥주를 수입해 판매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 생산 체계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본 주요 맥주 기업이 한국 내 생산을 결정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품질관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맥주 브랜드가 국내에서 직접 생산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직접 생산을 통해 제품 공급 안정성과 신선도를 높이는 한편, 국내 소비자 수요에 대응해 시장 점유율 확대 및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04년부터 기린 ‘이치방시보리’ 병맥주를 수입·판매해 왔으며, 2011년 독점 유통 계약을 맺으며 기린맥주와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2017년부터는 TV 광고를 비롯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양사 간 협력을 이어온 가운데 이치방시보리는 2025년 역대 최대 판매량을 달성하고 국내 일본 생맥주 판매 1위에 올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올해도 판매 호조를 이어가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경신하고 있다.
◆ 아시아 최초 라이선스 생산…핵심은 동일한 ‘맛과 풍미’
직접 생산의 핵심은 일본 생산 제품과 동일한 맛과 품미를 구현하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준비 과정을 거쳤다. 초기 생산라인 구축 과정에는 일본 현지 기술진이 직접 참여해 원료와 제조 공정, 품질관리 기준 등을 전주공장 생산라인에 적용했다.
권광조 하이트진로 권역장은 “기린사의 엄격한 품질 기준을 3회 이상 통과해야 생산 승인을 받을 수 있다”며 “효모는 기린사로부터 직접 공급받아 사용하고, 원재료 사양부터 제품 완성까지의 제조 공정과 품질관리 기준도 하이트진로 생산라인에 그대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생산의 이점에 대해선 ‘유통 기간 단축과 공급 안정성 확보’를 꼽았다. 그는 “일본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이 통관을 거쳐 국내 시장에 유통되기까지는 통상 약 한 달 반이 걸리지만, 국내 생산 제품은 이를 1~2주로 줄일 수 있다. 소비자에게 보다 신선한 맥주를 공급하는 동시에 수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외 환경 변화와 물류 변수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초도 생산량을 약 150만L로 계획하고 있다. 500mL 캔 기준 약 300만개 규모다. 내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75% 수준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 현지 제품과 맛과 향 등 품질 요소가 동일한지 반복 검증하고, 생산 개시 이후에도 양사 기술진의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품질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국내 생산으로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소비자 혜택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과 판촉 활동에 활용할 계획이다. 권 권역장은 “직접 생산으로 기존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던 운송비 등 일부가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비용은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에 더 투자해 소비자 혜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하이트진로 직접 생산 승부수…침체된 맥주 시장 깨울까
국내 맥주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일본 맥주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 맥주 수입이 불매운동 이전 수준을 넘어선 데다 전체 수입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면서 국내 주류업계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맥주 수입액은 4592만 달러(약 656억원)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 상반기 기준 최대 규모로, 종전 최고치였던 2018년 상반기 3929만 달러보다 16.9% 증가했다.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급감했던 일본 맥주 수입이 회복세를 넘어 불매운동 이전 수준을 웃돈 것이다.
수입량 기준으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올해 1~6월 일본 맥주 수입량은 5만8305t으로, 전체 맥주 수입량 12만4200t의 46.9%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만3676t보다 33.5% 증가했다. 전체 맥주 수입량에서 일본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새 38.0%에서 46.9%로 8.9%포인트 상승했다.
양사 협력이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장 대표는 “양사 기술진 간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협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브랜드 가치에 지속적으로 재투자하면서 양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