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란 지구상 마지막 흰바위코뿔소와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 서로 다른 종(種)의 두 존재가 고통을 딛고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누적 판매 80만부를 넘긴 베스트셀러인 루리 작가의 장편 동화 ‘긴긴밤’(문학동네, 2021)이 동명의 3D 애니메이션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염규복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으로는 유일하게 올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주인공 ‘노든’은 인간에게 가족을 잃은 코뿔소다. 분노와 복수심을 품고 살아가던 그는 이후에도 소중한 존재들을 거듭 잃지만, 어린 펭귄을 돌보며 긴긴밤을 함께 견딘다.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시 작은 존재에게 건네는 내리사랑의 여정이다. 곁에 있는 존재의 온기가 긴긴밤을 건너게 한다는 원작의 메시지가 영화에서도 이어진다.
영화의 외형을 완성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동물의 털을 표현하고 물방울에 빛이 반사되는 효과를 구현하는 기술 개발에 오랜 시간을 들였고, 투자 문제로 제작이 1년 넘게 중단되기도 했다.
첫 장편 연출작으로 이 작품을 선보인 염 감독은 원작을 어린 딸에게 읽어주다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경쟁 부문 기자회견에서 그는 “구원 서사를 좋아하는데, ‘긴긴밤’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의 구원 서사와 달랐다”며 “우리 주변의 소시민으로 은유할 수 있는 작은 힘들이 모여 인생의 큰 모멘트를 만들어내는 부분에 끌렸다”고 말했다. 이어 “큰 상실을 겪은 주인공이 연대를 통해 치유되고, 그 마음을 작은 존재에게 베푸는 원작의 정서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수 겸 배우 수지가 펭귄 ‘나’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두 존재의 여정을 들려주는 1인칭 내레이션 형식도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