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 등을 대상으로 고액의 성과급 지급이 예상되지만 이 같은 소득 증가가 민간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 개선세가 일부 고소득층 등 특정 계층에 집중된 데다 일회성 소득 증가의 경우 당기 소비보다는 저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반도체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제조업 생산이 최근 뒷걸음질하는 등 대·중소기업 격차가 확산하고 있는 점도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1일 국회예산정책처는 ‘2027년 NABO 경제전망: 2026∼2030’ 보고서에서 내년 민간소비가 2.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연간 전망치(2.3%)보다 증가율을 0.3%포인트 낮춰 잡았다. 예정처는 일단 반도체 제조업 매출의 증가로 특정 산업군의 소득 개선과 주택 가격 등 자산 가치 상승은 내년도 민간소비의 상방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소득 개선세가 산업·소득분위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점은 한계라고 설명했다. 실제 소득분위별 실질 처분가능소득 추이를 보면 올해 1분기 최상위 분위(월 700만원 이상 가구)를 제외한 모든 소득분위에서 실질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했다. 즉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로 전체 평균은 늘었지만, 중간 소득계층의 구매력은 오히려 약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선행연구에 따르면 일시적 소득의 한계소비성향은 0.15 내외로 추정된다. 일시적으로 100만원의 소득이 발생하면 이 중 15만원만 소비한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항상소득의 한계소비성향은 0.23으로 추정됐다. 예정처는 아울러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이 누적된 가계 부채의 이자부담을 높여 소비 증가폭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격차가 커지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8월 대기업 생산지수는 작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0.8% 감소했다. 1∼8월 기준 대기업 생산지수는 2024년부터 3년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2023년부터 4년째 내림세를 기록 중이다.
예정처는 “중기적으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중심의 기업 실적 개선이 소득 증가세를 이끌고, 이는 가계소비 증가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산업 편중 구조가 지속될 경우 산업별·소득계층별 소득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되면서 소비 역시 이른바 ‘K자형 양극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