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래퍼 10명 중 7명은 최근 1년간 음악으로 100만원도 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명 중 8명은 음악 활동에 100만원 이상을 써, 셋 중 둘 이상이 적자를 봤다. 출연료 없는 무대도, 계약서 없는 공연도 흔했다.
11일 세계일보의 ‘청년 래퍼 설문조사’(80명 응답)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 응답자의 20%(16명)는 최근 1년간 음악으로 번 돈이 아예 없었고, 50%(40명)는 100만원에 못 미쳤다. 500만원 이상 번 응답자는 13.7%(11명)에 그쳤다.
모자란 돈은 다른 일로 메웠다. 응답자의 87.5%(70명)가 음악 외에 생계를 위한 일을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단기 일자리가 40%(32명)로 가장 많았고 정규직·비정규직 직장 31.3%(25명), 프리랜서·자영업 16.3%(13명) 순이었다. 음악 수입만으로 생활한다는 응답은 6.3%(5명)뿐이었다.
빚을 내 음악을 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28.8%(23명)가 음악 활동을 위해 빚을 진 적이 있다고 답했다. 만 25~29세는 38명 중 15명(39.5%)으로 비율이 더 높았다. 1000만원 이상 빚을 졌다는 응답자도 2명 있었다.
무대도 돈이 되지 않았다. 출연료 없이 무대에 선 적이 있다는 응답이 85%(68명)에 달했다. 출연료가 명시된 서면 계약서를 ‘한 번도 쓴 적 없다’는 응답이 55%(44명), ‘드물다’는 35%(28명)였다. 10명 중 9명이 계약서 없이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었다. 약속한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도 셋 중 하나(33.8%·27명)였다. 출연료를 아예 받지 못했거나(13.8%), 정산이 크게 늦어졌거나(23.8%), 약속보다 적게 받은(10%) 경우다.
제도의 문턱도 높았다. 예술활동준비금이나 음악창작소 지원 같은 공적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응답은 70%(56명)였다.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돈과 무대를 꼽았다. 제작비(71.3%)와 설 수 있는 무대·공연장(60%), 유통·홍보 지원(57.5%) 순이었다.
그럼에도 열에 아홉은 음악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앞으로도 음악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응답은 75%(60명), ‘아마 계속할 것 같다’는 18.8%(15명)였다. ‘잘 모르겠다’는 4명, ‘이미 사실상 중단했다’는 1명이었다. 20대 후반 래퍼는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갖는 거라 행복하지만 그 길만 걸어가는 것이 불안함으로 바뀔 때도 많다”고 적었다.
이번 조사는 8월20일부터 9월21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했다. 자세한 사항은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조병욱·배주현·정세진 기자
이 시리즈의 전 회차는 세계일보 인터랙티브 기사(www.segye.com/investigative/k-hiphop)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