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법경찰관의 기준을 현행 ‘경위’ 계급 이상에서 ‘경사’ 계급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근 경찰청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할 때 사법경찰관의 구체적 지휘·감독을 강화해 이행하라’는 지침을 내린 후 사법경찰관 수가 부족하다는 일선의 호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법경찰관 확대 필요성을 국회에 공식 제기한 것이다.
11일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의 범위를 7급 상당인 경사까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사법경찰관 수가 부족하다는 일선의 지적과 관련해 ‘사법경찰관 기준을 경사 또는 일정 수사경력 이상 경찰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위 계급 이상의 경찰공무원은 ‘사법경찰관’, 경사·경장·순경은 ‘사법경찰리’로 분류된다. 또한 사법경찰리는 수사의 ‘보조’를 하도록 규정했다.
타 수사기관과의 형평성에 따라 경찰공무원도 사법경찰관을 7급 상당인 경사까지로 확대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경찰청은 “경찰공무원은 특정직 공무원으로 공무원보수규정 별표3·4에 근거해 경사 계급을 일반직 공무원 7급 상당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최근 피의자신문조서 작성과 관련해 “사법경찰리가 작성하는 경우 반드시 사법경찰관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아야 하며, 사법경찰리 간 지휘·감독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지침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피신조서의 상단에 ‘사법경찰리 계급 A는 사법경찰관 계급 B의 지휘를 받아 다음과 같이 피의자를 신문한다’고 기재하고, 피신조서 하단에 지휘·감독자와 참여자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도록 했다.
지침을 내린 배경에는 올해 6월 국가권익위원회의 권고와 수사준칙 개정이 있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2001헌바9)과 대법원 판례(2005도2617)에 따르면 사법경찰관리가 수행하는 ‘수사의 보조’에는 피의자에 대한 신문이나 그 조서 작성도 포함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7월 “수사의 보조자인 사법경찰리가 독자적으로 사법경찰관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작성하는 경우 그 조서는 권한 없는 자에 의해 적법절차를 위반해 작성된 조서로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에 경찰청은 개정 형소법이 공포된 후 수사준칙을 개정해 “사법경찰리는 사법경찰관의 수사를 보조한다. 이 경우 사법경찰리는 사법경찰관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조문을 신설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사법경찰관의 수가 부족해 현실적으로 지침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전체 수사관 3만6823명 중 사법경찰관은 약 54%, 사법경찰리는 약 46%에 해당한다. 일부 지역 경찰서에는 수사부서에 사법경찰관이 팀장 1명뿐인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