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기준까지 언급 고강도 불만 표출… 통상·외교 악영향 우려 [韓·美 정보공유 이상 기류]

정동영 ‘北 핵시설 발언’이 기폭제
北사이버위협 대응 한·미·일협의체
미국이 국정원 참여 거부하기도
국정원 “정보협력 문제 없어” 부인
美당국, 구체적 위반사항은 안밝혀

일각 쿠팡사태로 韓인식 악화 해석
대미투자 갈등·핵잠 지연 연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미 간 정보협력 논란과 관련 직접적으로 입을 열고 정보 및 방첩 사안을 적절히 처리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외부로 동맹에 대한 불만 표시를 자제하는 전례에 비춰 이례적으로 높은 강도의 불만 표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미 투자 등을 두고 이미 한·미 간 불협화음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갈등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유엔(UN) 총회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동영 ‘북 핵시설’ 공개 언급 불만

10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정보당국의 민감 정보의 공개와 관련해 꾸준히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평안북도 구성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 기폭제였다. 정 장관이 언급한 구성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미국이 정보자산을 동원해 파악한 북한 핵시설 소재지로 알려졌는데, 이를 공공연하게 언급한 것을 부적절하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비무장지대(DMZ) 관할권을 둘러싼 정부와 유엔군사령부 간 이견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6월 말 미국에서 개최된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협의체 회의에서 미국이 우리 국가정보원 참여를 거부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북 정보협력의 핵심 기관인 국정원이 협의체가 출범한 2023년 이후 처음으로 빠졌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미국에서 한국의 정보·보안 관리에 대한 우려가 반복적으로 표면화되고 미 당국의 경계를 받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커지는 불신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에서 국정원 명칭과 로고가 새겨진 유리문 너머로 포착된 직원들의 모습. 최근 한·미 정보 당국 간에 이상기류가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가 잇달자 국정원은 “협력은 문제없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국정원은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미국과의 협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극구 강조하고 있다. 국정원은 11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한·미 간 정보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에 보도된 이종석 국정원장의 국가정찰국(NGA) 방문 불발, 정보 총량의 감소 등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아니면 말고식’의 가짜뉴스를 남발하며 정보기관을 흔드는 국익 훼손의 행위를 중단하라”고 언론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미 당국에서 나오는 언급으로 볼 때 아직 이와 관련한 우려는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관계자는 한국 언론의 질의에 국무부 발언보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는 한국이 수십년간 이어져 온 양국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며 “특히 정보 및 방첩 관련 사안과 관련해 그렇다”고 언급했다. 국무부의 발언은 이보다는 수위를 낮춰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모든 동맹국’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한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미 당국은 한국이 어떤 특정 기준을 위반했는지, 한국 측에 별도의 개선 조치를 요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커지는 불신 반복되는 한·미 정보공유 논란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0일(현지시간) 한국 정보당국에 대한 불신을 시사해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 중앙정보국(CIA) 본부의 CIA 휘장. AP연합뉴스

◆한·미 관계 영향 우려

일각에서는 미 당국의 국정원에 대한 불신을 ‘쿠팡 사태’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지난 7월 미 하원 법사위가 낸 잠정 보고서에서 국정원이 쿠팡의 개인정보 증거 회수 작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다룬 바 있다. 다만 이는 쿠팡 측 설명을 근거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한국의 정보 보안 유지와 관련한 미 당국의 우려와 연결짓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쿠팡 측과 가까운 트럼프 행정부에서 전반적으로 한국 정보당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하는 데에는 일부 기여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쿠팡 사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사업의 대미 투자 포함 여부 등 연이어 대미 갈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정보협력 불협화음까지 노출되면서 한·미 관계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올해 말까지 시간표를 만들기로 했던 핵추진 잠수함 등 한·미 정상의 안보 분야 합의 후속 조치 역시 현재로선 진전 사항이 없는 것으로 전한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와 유럽 등 다른 동맹국들과도 마찰을 빚고 있는 만큼 최근의 한·미 관계의 이상 기류를 한국만의 특수한 위기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일수록 정보 보안 등 동맹 간 신뢰의 기본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 미국에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