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보당국 간 정보공유 관련 논란이 장기화하는 배경으로는 우리 정부 내 외교·안보라인의 이른바 ‘동맹파 대 자주파’의 노선 갈등이 거론된다. 대미 자율성을 강조하는 ‘자주파’와 대미 공조를 중시하는 ‘동맹파’ 사이의 시각차가 한·미 통상 현안이나 대북 대응을 둘러싼 정책 갈등으로 이어지고, 이런 불협화음 때문에 미국과의 갈등, 충돌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발언이 논란의 발단으로 꼽힌다. 미국이 해당 발언에 항의한 뒤 북한 핵시설 관련 정보 등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통일부는 정 장관의 발언이 미국이 생산, 제공한 비공개 정보를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정보 공유 제한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갈등에 정 장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미국 측의 불만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 장관은 대북 제재 중심의 압박보다 남북대화와 관계 개선에 무게를 둔다. 또 비핵화에 앞서 북한의 핵 증강을 우선 중단하는 단계적 접근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접근이 북한 비핵화와 제재 이행을 중시하는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와 간극을 보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북 대응 방식을 둘러싼 정부 내 이견도 표출됐다.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의 원인이 북한이 매설한 지뢰로 지목되면서 북한에 대한 상응 조치의 수위와 방식을 놓고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독자 제재 필요성을 거론했지만, 정 장관은 사안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부족하고, 현 정부 대북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충돌은 없었다”면서도 “이견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북 압박 수단과 남북관계 관리의 우선순위를 놓고 정부 내 시각차가 존재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상황을 자주파를 겨냥한 견제 움직임으로 보기도 한다.
문제는 정보공유 논란의 장기화와 정부 내 이견의 반복적인 노출이 한·미 정책 공조와 대북정책의 일관성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논란을 해소하고 동맹 관리와 정책적 자율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정부의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이관세 극동문제연구소 소장은 11일 통화에서 “안보의 기본축과 협상 과정에서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을 구분하고, 외교·안보·통일 부처가 하나의 목표와 메시지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