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국책은행 해킹 시도 2026년 들어 102만건… 금융권 보안 비상

9월까지 100만건 넘어… 역대 최대
2020년 36만건서 가파른 증가세
재경부·산하기관도 공격 잇따라

AI 해킹 위험 경고 뒤 금융권 사고
시중銀 내년 예산 대폭 증액 방침

한국은행과 국책은행에 대한 해킹 시도가 급증해 올해만 10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정책 사령탑인 재정경제부를 노린 사이버 공격도 일상화됐다. 해킹 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지만 금융권 대응은 안일했다. 최근 금융권 연쇄 해킹이 터지기 2주 전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활용한 공격 사례가 공유되는 등 각 기관이 위험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방어막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권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내년 보안 예산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11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한국은행과 국책은행 3곳(수출입은행·산업은행·IBK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이들 은행을 대상으로 102만4478건의 해킹 시도가 발생했다.



해킹 시도는 2020년 35만8800건, 2021년 56만4430건, 2022년 58만5563건, 2023년 73만8312건, 2024년 78만524건, 2025년 93만4858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였다. 올해는 9개월 만에 100만건을 넘어서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적발된 해킹 시도 중 실제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정당국을 타깃으로 한 해킹 시도 역시 올해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재정경제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재경부와 한국투자공사·한국조폐공사 등 산하기관에 대한 해킹 시도는 총 651건으로 집계됐다. 7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건수(820건)의 79.4%에 달했다. 재정당국을 겨냥한 해킹 시도는 2021년(127건)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증가했다.

이 중 해킹 시도가 가장 많았던 곳은 재경부(237건)로 전체의 36.4%를 차지했다. 지난 6월 첫 삽을 뜬 한미전략투자공사는 출범 한 달 만에 86건의 해킹 시도가 집계되기도 했다. 집계된 공격 시도는 모두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이뤄져 개인정보 유출과 실제 해킹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금융기관을 노린 해킹이 빗발치지만, 관련 기관들의 대응은 안일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사태 발생 2주 전인 지난달 17일 금융보안원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신규 공격 행태에 관해 경고했다. 금융보안원은 주요 금융사 보안 담당자를 대상으로 ‘금융 AI 보안 위협 대응 세미나’를 개최해 AI 에이전트의 공격 사례를 상세히 소개했다. 해당 자리에는 KB국민은행, 하나은행, 현대캐피탈, 웰컴저축은행, 신한금융지주 등의 관계자를 포함해 160여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후속 대비책은 없었다.

위험성을 미리 알고도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질타가 이어지자 금융권은 일제히 내년도 보안 예산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KB국민은행은 내년 정보보호 예산을 1000억원 이상으로 대폭 늘리고, 그룹 차원의 정보보호 관리체계를 재정립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내년 정보보호 예산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수백억 원 규모의 보안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보안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예산을 올해보다 20% 이상 늘리고, 전문 인력을 현재보다 10% 이상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NH농협은행도 내년 정보보호 투자를 늘려 서버 보안과 AI 안전성 검증, 취약점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오픈소스 취약점 분석과 보안 체계 설계, 화이트해커, 보안 데이터 분석 등의 분야에서 전문 인력도 확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