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전부터 최첨단 모델 맡긴다…중국의 AI 인재 공급망 [이귀전의 왜-인재전쟁 ⑨]

대학생·신입에게 LLM·영상모델 핵심과제…재학 중부터 실전 투입
대학서 키우고 기업이 직접 검증·성장…딥시크도 자체 인재로 모델 개발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기술에서 사람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첨단 모델을 직접 만들어 본 연구자는 극소수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빅테크 최고경영자가 직접 영입전에 뛰어들고 수천억원대 보상과 대규모 투자를 내건다. 인재 확보는 개인 채용을 넘어 핵심팀과 기술을 함께 가져오는 거래, 국가의 직접 스카우트, GPU·데이터·연구조직까지 묶은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인재전쟁’ 시리즈는 메타·구글·오픈AI·애플의 인재 쟁탈전에서 출발해 중국의 인재 귀환과 유출 방어, 유럽의 두뇌 순환, 각국 정부의 영입전과 공공 연산자원 경쟁을 따라간다. 또 대학과 기업을 잇는 인재 공급망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인재 유출과 숙련인력 부족의 현실, 해외 인재 유치와 연구환경 개선을 위한 대응을 짚으며 한국이 세계 인재전쟁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 살펴본다.

바이트댄스에 입사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신입 연구자는 영상생성모델 ‘시댄스 2.0’의 사전학습 구조와 대규모 학습 알고리즘 개발에 참여했다. 재학생 인턴은 대규모언어모델 ‘시드 1.8’과 ‘시드 2.0’에 여러 전문 능력을 결합하는 강화학습을 맡았다. 또 다른 신입 연구자는 음성 동시통역 모델의 학습데이터 구축부터 훈련·평가까지 담당했다. 학생과 신입을 연구 보조에 두는 대신 최첨단 모델 개발에 곧바로 투입한 것이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대학생과 졸업예정자가 경력자로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대학에서 AI 인재층을 넓히고, 재학생 인턴과 신입 단계부터 실제 모델 개발에 투입해 기업 안에서 핵심 연구자로 키운다. 이미 경력을 쌓은 인재를 외부에서 사오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직접 ‘경력 있는 인재’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대학에서 인재 풀부터 넓힌다

 

공급망의 출발점은 대학이다. 2024년 기준 중국에서 AI 학부 전공을 운영하는 대학은 626곳이다. 2025년에는 AI 기술응용 관련 전공을 개설한 직업교육기관도 785곳으로 늘었다. 중국의 AI 연구인력은 2015년 약 4400명에서 2024년 약 5만2000명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중국 교육부는 2018년 ‘고등교육기관 AI 혁신 행동계획’을 내놓은 뒤 대학의 AI 전공과 연구조직, 기업 공동연구를 확대해왔다. AI를 독립 전공으로 가르치는 데서 나아가 의학·제조·금융·로봇 등 기존 학문과 결합한 교육도 늘렸다.

 

올해 4월 교육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업정보화부, 과학기술부, 국가데이터국이 내놓은 ‘AI+교육 행동계획’은 한발 더 나갔다. 연구중심 대학과 선도 기술기업, 국가실험실을 연결해 AI 인재를 공동 육성하고 산업 현장의 기술과제를 교육에 반영하도록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칭화대와 베이징대, 상하이교통대 등 연구중심 대학 17곳과 기술기업·연구기관 8곳이 ‘인공지능 개방연맹’을 출범시켰다. 대학과 기업이 국가 AI 연구과제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인재도 함께 양성하는 조직이다. 대학에서 전공자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교육 단계부터 기업의 실제 연구과제와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학-기업 거리 줄여 졸업 전 실전 투입

 

이 구조의 핵심은 대학과 기업 사이의 거리를 줄인 데 있다. 학생이 기업 연구인턴으로 들어가 모델 구조와 학습방식을 설계하고, 졸업하면 같은 분야의 연구자로 이어지는 경로다. 기업 입장에서도 논문과 면접만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대신 실제 프로젝트에서 문제를 푸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바이트댄스의 기초모델 연구조직 ‘시드’는 올해 2027년 졸업예정자와 재학생 인턴을 대상으로 별도의 캠퍼스 채용을 시작했다. 선발 대상은 학부생부터 석·박사까지다. 대규모언어모델과 시각·음성 모델, 머신러닝 시스템, 로봇 등 기초모델 개발에 직접 참여하며 회사는 충분한 연산자원과 데이터, 엔지니어링 자원을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실제 맡기는 과제도 보조 업무에 그치지 않는다. 졸업 후 1년이 안 된 신입이 시댄스 2.0의 사전학습 구조를 개발했고, 인턴은 시드 1.8·2.0의 강화학습에 참여했다. 또 다른 신입은 동시통역 모델의 데이터 구축부터 훈련·평가까지 맡았다. 학생은 졸업 전에 최첨단 모델 개발 경험을 쌓고, 기업은 실전에서 검증한 인재를 곧바로 핵심 연구에 투입할 수 있다.

 

바이두도 2018년부터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AIDU’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 대학에서 기술 잠재력이 높은 학생을 선발해 AI 분야의 선행·돌파형 연구과제를 맡긴다. 별도의 일상 인턴 프로그램도 졸업 시기와 관계없이 연중 운영하며 최소 3개월 동안 기업 현장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한다.

 

경력의 출발점을 대학 졸업 뒤가 아니라 재학 단계로 앞당긴 셈이다.

◆딥시크, 젊은 인재에게 모델 핵심 맡겼다

 

딥시크는 이 같은 인재 육성이 실제 최첨단 모델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는 중국 매체 36Kr와의 인터뷰에서 핵심 기술인력 상당수가 명문대 출신 신입이나 졸업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젊은 연구자, 박사과정 4∼5년차 인턴이라고 밝혔다.

 

딥시크 V2 개발진에는 해외에서 돌아온 연구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량 창업자는 설명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와 후버연구소가 올해 딥시크 기술논문 7편의 연구·개발 기여자 356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소속 이력이 확인된 271명 가운데 145명(53.5%)은 중국 기관에서만 공부하거나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7편 모두에 이름을 올린 핵심 연구자 31명 가운데 10명도 해외기관 소속 이력이 없었다.

 

젊은 연구자에게 핵심 과제를 맡기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량 창업자는 연구자가 아이디어를 내면 별도의 승인 없이 학습용 GPU와 필요한 인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가 가능성을 보이면 곧바로 팀을 꾸리고 실제 모델을 돌려보면서 실패와 재실험을 반복하도록 한 것이다.

중국 역시 대형 모델과 기초 알고리즘, AI 반도체 설계 등 장기간의 연구 경험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고급인재 부족을 겪고 있다. 중국의 AI 인재 규모가 빠르게 늘었지만 양적인 확대만으로 최상위 연구자를 곧바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량 창업자는 단기적으로는 경험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경력보다 기본 능력과 창의성, 연구에 대한 열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상위 50명의 인재가 지금 중국에 없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그런 사람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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