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즐기면 췌장암 위험 16% 증가?…195만명 분석해보니

195만명 추적 조사 붉은 고기 다섭취군 췌장암 발병 위험 16% ↑
기준·보정 제각각 통계적 상관성일 뿐 단일 수치로 인과 단정 한계
극단적 채식보다 금연·체중 관리 먼저…가공육 줄이고 균형 맞춰야

붉은 고기를 가장 많이 먹은 집단에서 췌장암 위험이 가장 적게 먹은 집단보다 16% 높게 나타났다. 여러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다. 16%는 두 집단의 발병 위험을 비교한 상대적인 증가율이다.

 

◆195만명 분석…섭취량·연구 방식 따라 결과 차이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은 지난 7월 14일 붉은 고기·가공육 섭취와 췌장암의 관계를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을 게재했다.

 

잘 익은 삼겹살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픽사베이

연구진은 2026년 4월 13일까지 발표된 논문 16편을 분석했다. 대상자는 195만9527명, 췌장암은 8856건이다.

 

붉은 고기 최다 섭취군의 상대위험(RR)은 1.16, 95% 신뢰구간은 1.02~1.31이었다. 하한이 1에 가깝다. 하루 100g씩 늘 때마다 위험이 10% 높아지는 선형 관계(RR 1.10, 1.00~1.21)도 나타났지만 하한은 1.00이다.

 

연구 간 차이도 컸다. 이질성 지표 I²는 63.2%였다. 코호트 연구 10건만 보면 RR 1.15(0.97~1.36), 환자-대조군 연구 5건만 보면 1.18(0.96~1.44)로 둘 다 신뢰구간이 1을 포함했다. 북미 연구는 1.10(0.99~1.23), 유럽 연구는 1.30(0.96~1.76)이다.

 

많이 먹었다는 기준도 연구마다 달랐다. 하루 섭취량(g), 주당 섭취 횟수, 섭취 열량 1000kcal당 고기 섭취량 등 여러 기준이 쓰였다. 이번 분석의 붉은 고기 범주에는 햄·베이컨처럼 가공한 붉은 고기도 포함됐다.

 

별도로 분석한 가공육 범주에는 다른 종류의 고기로 만든 육가공품까지 들어갔다. 두 범주가 겹쳐 붉은 고기와 가공육의 위험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공육의 상대위험(RR)은 1.08, 95% 신뢰구간은 0.90~1.29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연구 간 차이가 크고 신뢰구간이 넓어 약한 연관성이 남아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햄·소시지·베이컨의 섭취량과 췌장암 위험의 관계는 추가 연구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식습관은 모두 설문으로 조사했다. 연구 대부분은 미국·유럽에서 이뤄졌다. 체중이나 생활습관의 영향을 고려한 방식도 연구마다 달랐다. 붉은 고기를 분석한 15건 중 체질량지수(BMI)를 보정한 연구는 8건이었다.

 

이들만 묶으면 상대위험(RR)은 1.16, 95% 신뢰구간은 0.96~1.42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조사에 포함하지 못한 생활습관이 결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한계로 꼽았다. 관찰연구인 만큼 붉은 고기 섭취와 췌장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도 한계가 있다.

 

◆붉은 고기와 췌장암 연관성, 연구마다 결과 엇갈려

 

같은 주제를 다룬 앞선 메타분석에서도 결과는 엇갈렸다. 영국암저널에 실린 전향적 연구 11편 분석에서는 가공육의 하루 섭취량이 50g 늘 때 췌장암 위험이 19% 높게 나타났다. 붉은 고기는 남성에서만 연관성이 확인됐다.

 

2023년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에 실린 분석은 80만5177명과 췌장암 발생 7158건을 대상으로 했다. 상대위험은 붉은 고기 1.07(95% 신뢰구간 0.91~1.26), 가공육 1.04(0.81~1.33)로,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진은 당시 분석이 최다·최소 섭취군 비교에 그쳤다고 설명하고, 섭취량이 늘면서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피는 용량-반응 분석을 추가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5년 붉은 고기를 2A군(발암 추정)으로 분류하면서 대장암·췌장암·전립선암과의 연관성을 언급했다. 인체 근거는 제한적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위험 16% 증가, 국내 발병률에 직접 적용 어려워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새로 발생한 췌장암은 9748건으로 전체 암의 3.4%를 차지했다. 인구 10만명당 조발생률은 19.1명이었다.

 

이는 국내 인구 전체의 발생 수준을 나타낸 수치다. 여기에 연구에서 나온 상대위험 1.16을 곱해 개인의 발병 위험을 계산하면 해석에 오류가 생긴다. 연구 대상자와 국내 인구는 연령 구성과 식습관, 건강 상태 등이 달라 두 수치를 직접 연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발생 건수는 많지 않지만 예후는 나쁘다. 2019~2023년 진단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7.0%로 폐암(42.5%)·간암(40.4%)보다 낮다.

 

◆붉은 고기 주 350~500g 이하 권고…대장암 연구가 근거

 

세계암연구기금(WCRF)은 붉은 고기를 먹는다면 조리 후 무게로 주 350~500g 이하로 제한하고, 가공육은 가능한 한 적게 먹으라고 권고한다. 핵심 근거는 대장암과의 연관성이다.

 

이 양을 지키면 췌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거나, 초과하면 위험이 커진다고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WCRF는 붉은 고기가 단백질·철분·아연·비타민 B12 공급원이라는 점을 들어 완전히 끊기보다 섭취량을 제한하도록 권한다.

 

식물성 식단과 췌장암의 관계도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렸다. 미국 성인 10만1748명을 분석한 2023년 연구에서는 건강한 식물성 식단을 선호한 집단의 췌장암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

 

같은 연구에서 건강하지 않은 식물성 식단 지수가 가장 높은 집단은 위험이 38% 높았다(HR 1.38). 2026년 7만1533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식물성 식단 지수와 췌장암의 연관성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식물성 식품도 종류와 식단 구성에 따라 결과가 엇갈려, 음식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췌장암 위험 줄이려면 금연·체중 관리부터

 

미국암협회(ACS)는 흡연을 췌장암의 가장 중요한 회피 가능 위험요인으로 꼽는다. 흡연자의 췌장암 위험은 비흡연자의 약 2배이고, 췌장암의 약 25%는 흡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금연하면 위험이 줄어든다. BMI 30 이상 비만은 위험이 약 20% 높고, 당뇨병과 만성 췌장염도 위험요인이다. 연구 설계가 달라 이번 연구의 16%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효과 크기만 놓고 보면 흡연이 붉은 고기보다 훨씬 크다.

 

삼겹살 등 붉은 고기 섭취와 췌장암 위험의 연관성을 표현한 이미지. 여러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붉은 고기 최다 섭취군의 췌장암 위험이 최소 섭취군보다 16% 높게 나타났다. ChatGPT 생성 이미지

ACS는 췌장암을 확실하게 예방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한다. 건강한 체중 유지, 규칙적인 신체활동, 과일·채소·통곡물 중심 식사, 붉은 고기·가공육·가당음료·고도가공식품 제한을 권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붉은 고기를 많이 먹은 집단의 췌장암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붉은 고기 섭취가 췌장암의 원인인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미국암협회(ACS)는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금연과 건강한 체중 유지, 식단 전반의 관리를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