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기린은 우리 곁에 있다’…하이트진로, 기린 이치방 국내 생산 시작

8일 경기도 용인 죽전 하이트진로 연구소. 일본 기린 맥주의 한국생산 발표차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 잔’이 제공됐다. ‘맥즙’ 두 잔과, 기린의 맥주 이치방 시보리였다.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장인섭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 하이트진로

먼저 보리의 싹을 틔워 만든 맥아로 즙을 낸 ‘맥즙’ 중 첫번째 맥즙을 맛보았다. 두번째 맥즙만 사용한다는 일반 맥주들과 달리 기린 이치방 시보리는 첫번째 맥즙만으로 맥주를 만든다. 일본에서 만든 맥주를 들여오면 절대 맛볼 수 없는 기린 이치방의 첫번째 맥즙이다. 첫번째 보리의 맛은 달디 달아, 진한 엿기름의 느낌이 났다. 이어 다시 짜낸 두번째 맥즙과 맥즙을 통해 만든 기린의 이치방 시보리 맥주를 맛보았다. 두번째 맥즙에서는 당연하게 덜한 향이 느껴졌다. 그제서야 기린 이치방이 한국에 스스로 들어왔음이 느껴졌다. 2004년 일본 맥주 브랜드 기린 이치방 시보리를 국내에 들여온 하이트진로가 약 20년간의 수입·판매 관계를 넘어 직접 생산에 나서는 순간이었다.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권광조 프리미엄권역장이 발표하고 있다. 제공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라이선스 생산을 공식 발표했다. 일본 기린의 관계사가 아닌 아시아 지역 파트너사가 해당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는 인사말에서 “이번 기술 협정은 단순한 생산 현장의 이전이 아닌 한층 발전된 기술과 품질을 만들어가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작”이라며 “일본 현지에서 이어온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맛과 풍미를 국내에서도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김동우 전주공장장, 장인섭 대표이사, 전장우 연구소장, 권광조 권역장. 제공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국내 생산을 결정한 배경에는 일본 맥주의 판매 증가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필요성이 있다. 발표를 맡은 권광조 하이트진로 프리미엄 권역장은 질의응답에서 “운송기간을 단축해 소비자에게 더욱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고 일본 맥주 수요 증가에 대응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확보하기 위해서 국내 생산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에서도 기존 제품과 동일한 맛과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고도 판단했다. 효모는 기린 생산공장에서 직접 공급받아 배양한다. 맥아·홉 등 다른 원재료도 기린이 정한 원산지와 규격에 맞춰 사용한다. 권 권역장은 “전주공장에서 시험 생산한 제품을 일본으로 보내 수치화된 데이터와 관능검사를 받았다”며 “세 차례 이상의 시험 생산과 검증을 거쳐 기준을 충족한 뒤 생산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생산 제품은 10월 첫째 주부터 출고가 시작됐다. 말하자면 국내에 유통되는 기린 캔맥주 중 일부는 이미 한국산 인 셈이다.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전시된 기린 이치방 시보리. 이도형 기자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 내 있는 맥주 생산설비 모형과 기린 이치방 시보리 시음 매대. 이도형 기자

국내 생산은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서 이뤄지며 캔 제품을 만든다. 국내 전체 기린 판매량 중 캔이 75%를 차지한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기린 제품의 4분지 3이 국내에서 소화되는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초도 생산 물량은 150만 리터(ℓ)라고 설명했다. 국내 생산에 따른 가격 인하 가능성도 거론된다. 권 권역장은  “물류비가 일부 절감되는 부분은 있다”며 “절감되는 비용을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투자해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생산을 계기로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린과 정기적인 기술 협의를 이어가며 품질 관리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