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트럼프 ‘지도자 교체’ 주장에…“60일 전면 휴전하면 선거 치르겠다”

트럼프 ‘러 정유소 공격’ 맹비난하며 퇴진 압박
美 “에너지 휴전 합의” 발표에도 러 공습 지속
헌법상 계엄 중 선거 금지…이달 31일 만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60일간의 전면 휴전에 동의하면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비판하며 ‘지도자 교체’를 언급하자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왼쪽부터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X(옛 트위터) 캡처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푸틴에게 두 달, 60일 동안의 완전한 휴전을 제안해 달라”며 “그러면 우리는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비판하며 “우크라이나가 새 대통령을 맞이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한 데 따른 맞대응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연료 가격을 잡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경유 공급에 합의했다. 미 재무부는 러시아산 연료에 대한 제재를 일시 완화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두고 “푸틴에게 주는 생일 선물 같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우크라이나가 제재 완화 하루 만에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몫”이라며 “전 세계가 중동 전쟁 때문에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도 유가 상승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갈등은 에너지 휴전 성립 여부를 둘러싸고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서 에너지 휴전이 이뤄졌다”며 “양측 모두 동의했고 이를 위반하지 말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처음 듣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으며 “하지만 러시아가 에너지 휴전에 동의한다면 우크라이나도 동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날 저녁 영상 연설에서 “에너지 휴전은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며, 실제로 실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의 열병합발전소를 타격하는 등 에너지 시설 공격을 지속했다고 알렸다. 러시아는 에너지 휴전 동의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식 임기는 2024년 5월까지였으나 러시아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헌법상 계엄령 기간에는 선거가 금지되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침공을 개시한 2022년 2월 24일 첫 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이를 약 3개월마다 연장해왔다. 가장 최근 연장된 계엄령과 총동원령은 이달 31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