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착즙주스 마셨더니…대장암 진행 관련 신호 ‘억제’

덴마크 연구팀 “진행성 대장 선종 환자 암·염증 관련 유전자 경로 변화”
“주스 섭취 후 선종 조직서 암 진행·염증 관련 분자활동 전반적으로 저하”

당근주스 섭취 후 진행성 대장 선종 조직에서 대장암 발생·진행과 관련된 신호경로가 억제되는 방향의 변화가 관찰됐다. 

 

암과 염증에 관여하는 유전자 경로에서도 변화가 나타나면서 당근의 생리활성 성분이 주목받고 있다.

 

당근주스 섭취 후 진행성 대장 선종 조직에서 대장암 발생·진행과 관련된 신호경로가 억제되는 방향의 변화가 관찰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12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덴마크 남덴마크대학 임상연구과 모르텐 코벡-라르센 박사와 오덴세대병원 연구팀은 진행성 대장 선종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당근주스 섭취에 따른 조직 변화를 분석했다.

 

진행성 대장 선종은 향후 대장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전암성 병변이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15명에게 유기농 당근을 착즙해 만든 주스를 하루 100㎖씩 21일간 마시도록 했다. 나머지 5명은 별도의 식이 중재를 하지 않는 대조군으로 분류했다. 하루 섭취량인 100㎖는 생당근 약 125g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당근주스 섭취 전후에 같은 환자의 대장 선종 조직을 채취해 유전자 발현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당근주스를 마신 그룹에서 대장암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WNT, PI3K-AKT, MAPK 등 주요 신호경로가 억제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 관련 유전자 활동과 세포주기·DNA 복구 관련 경로에서도 하향 조절 양상이 관찰됐다.

 

염증과 관련된 분자 활동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대장 종양 발생 과정과 연관된 COX-2 경로와 사이토카인 신호 등이 억제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당근주스 섭취 이후 선종 조직에서 암 진행 및 염증과 관련된 분자 활동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당근에는 베타카로틴을 비롯한 카로티노이드와 팔카리놀·팔카린디올 등 폴리아세틸렌 계열 성분이 들어 있다. 이들 성분은 기존 세포·동물 연구에서도 항염 및 항암 가능성이 연구돼 왔다.

 

이번 연구는 특정 성분을 분리해 투여하는 대신 당근 자체를 착즙한 주스를 섭취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연구진은 당근주스가 당근 유래 생리활성 성분을 섭취하는 실용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착즙 과정에서 식물 세포 구조가 파괴되면서 카로티노이드 등 지용성 성분의 방출과 생체이용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만 이러한 가능성이 모든 당근주스의 동일한 건강 효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관찰된 변화는 선종 조직의 유전자 발현과 신호경로에 관한 것으로, 실제 암 발생이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20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예비 연구라는 점을 한계로 제시했다. 당근주스 섭취에 따른 분자 수준의 변화가 실제 건강상 이점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려면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후속 연구에서는 유전자 발현과 신호경로의 변화뿐 아니라 선종의 크기, 조직학적 진행 여부, 재발률 등 실제 임상 결과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근주스 섭취가 대장암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려면 이 같은 결과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양과 암(Nutrition and Cancer)’ 9월 15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