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윤석열 정부에서 유학생 30만명 유치를 위해 비자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그때 들어온 유학생 중 많은 숫자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나.”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 국정감사에서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물었다. 이어 “외국인인데 ‘배달의민족’이 됐다”며 “한민족도 아닌데, ‘배달의민족’이 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2023년 8월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2021년 15만2281명에서 2022년 16만6892명, 2023년 18만1842명, 2024년 20만8962명으로 늘었다. 유학생 유치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이들의 국내 취업 활동을 적법하게 관리하는 일도 과제로 떠올랐다.
김 의원은 ‘외국인 유학생이 배달업에 취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이 직무대행이 “안다”고 답하자, 해외의 한국 취업 안내 글 등을 공개했다. 베트남 유학 기관으로 보이는 곳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한국 내 국제 학생을 위한 최고의 아르바이트’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는데, 배달 일을 소개하면서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필요하고 시간당 1만~1만2000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외국인 유학생 시간제 취업 지침에 따르면 유학생은 일정한 요건을 갖춰 시간제 취업 허가를 받더라도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로 일할 수 없다. 취업 제한 분야에는 택배기사와 배달대행업체 라이더, 대리기사, 방문판매원 등 특수형태근로와 관련된 직종이 포함된다. 유학생의 시간제 취업은 업무와 전공의 연관성, 학업과의 병행 가능성, 사회통념상 학생이 할 수 있는 업무인지 등을 고려해 허용 여부를 판단한다.
실제 적발 통계에서도 큰 폭의 증가가 나타났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난 7일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불법 배달 라이더 적발 인원은 2023년 23명, 2024년 32명, 2025년 67명으로 조사됐다. 올해는 1~8월에만 1132명이 적발돼 지난해 연간 적발 인원의 17배나 됐다. 법무부는 올해 초 외국인의 배달업 불법 취업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전국 출입국·외국인관서에서 기획조사와 집중단속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적발 인원 급증에는 실제 불법 취업 문제뿐 아니라 단속 강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8월 적발된 1132명의 처리 현황을 보면 통고처분 983명, 강제퇴거 52명, 출국명령 44명, 고발 3명, 조사 중 48명, 기타 2명으로 집계됐다. 법무부는 무면허로 확인된 외국인 15명에 대해서는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통고처분은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 등을 법규 위반자가 납부하도록 하는 절차다.
불법 취업 외국인을 고용하거나 취업을 알선한 사업주·배달대행업체 조치도 이뤄졌다. 조치 인원은 2023년 1명, 2024년 9명, 2025년 2명, 올해 1~8월 18명이다. 올해 조치 대상 18명 중 16명은 송치됐고 2명은 통고처분을 받았다. 라이더 개인 단속뿐 아니라 불법 취업을 가능하게 하는 고용·알선 구조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배달 플랫폼의 우수협력사로 소개하는 업체들의 구인 광고에서는 여전히 관리의 허점이 드러난다. 일부 광고는 비자 유형에 따라 배달업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고 안내하면서도, 문의하면 근무 가능 여부를 확인해 주겠다며 상담을 유도한다. 한 블로그에 남아 있는 광고는 F-2(거주), F-5(영주), F-6(결혼이민) 비자를 지원 가능한 유형으로 제시했다. D비자 등은 조건에 따라 배달업 활동이 불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상담으로 근무 가능 여부를 확인하라는 취지의 문구를 담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확인된다. 자신이 D-2 비자를 소지했다고 밝힌 한 외국인은 과거 유학생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 “유학생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학기 중에는 수업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 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며, 오토바이를 탈 줄 알아 배달 일을 계획하고 있다면서다. 이에 다른 이용자는 “D-2, D-4 유학생들은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로 일할 수 없다”며 “시간제 취업 허가를 받더라도 라이더는 금지돼 있다”고 답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라이더로 일하다 적발되면 비자가 취소되거나 출국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감 현장에서는 ‘외국인이냐’는 질문을 받은 뒤 음식을 바닥에 두고 도망치는 라이더 등의 모습을 담은 영상도 공개됐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현직 라이더는 “듣기로는 우수 협력사가 하청업체에 벌금을 내줄 테니 외국인을 쓰라고 한다”며 “단속도 안 되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경찰 신고인데 서로 업무를 떠넘기기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배민과 쿠팡(이츠)이 가장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협력사도 외국인 유학생 취업이 적발되면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배달 완료 시 라이더의 얼굴만 찍어도 문제 대부분은 해결된다고 본다”며 “범정부적으로 어떻게 할 건지 종합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 직무대행은 “라이더 문제를 인식하고 올해 1~8월 단속에서 1100여명을 적발했지만, 상황을 보니 출입국 공무원의 단속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별사법경찰과 경찰의 협업으로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