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자유의 여신상’ 반환 촉구한 佛 정치인, 대선 후보로 [이 사람@World]

중도좌파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
“극좌와 단절하고 극우 승리 저지할 후보”
1차 투표 통과해 르펜과 맞서는 것이 목표
트럼프에 비판적… “反이민 정책 싸워야”

프랑스 새 대통령 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라파엘 글뤽스만(47) 유럽의회 의원이 중도좌파 세력의 대선 후보로 뽑혔다. 글뤽스만은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강성 우파 마린 르펜(58) 후보의 당선을 저지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는 자신뿐이란 입장이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회당을 비롯한 프랑스 중도좌파 정당들은 이날 대선 출마를 노리는 주자들을 상대로 예비 선거를 실시했다. 유권자 약 12만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선 글뤽스만이 예상 외로 66%의 과반 득표율을 얻어 2차 결선까지 갈 것도 없이 승리를 확정했다. 글뤽스만은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나는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의 노선과 단절할 것을 지지하는 후보”라고 외쳤다.

 

오는 2027년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중도좌파 진영의 대선 후보 예비 선거에서 승리한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이 기쁨에 찬 표정으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랑스 정치의 극심한 양극화로 중도좌파의 입지는 크게 줄어든 상태다. 최근 선호하는 정치인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극우’라는 평가를 듣는 정당 국민연합(RN)의 르펜 전 대표가 32%, 극좌 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17%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한 반면 글뤽스만의 호감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글뤽스만은 “나는 멜랑숑이 프랑스 좌파를 지배하는 체제와의 단절을 지지하는 후보이자, 우리의 오랜 적(敵)인 극우 세력을 물리칠 수 있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 2명이 결선 투표를 거쳐 최종 승부를 가리는 구조다. 극좌부터 극우까지 군소 정당들이 난립한 프랑스 정치 특성상 1차 투표에서 바로 당선자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일단 1차 투표는 르펜이 1위를 차지해 결선에 진출할 것이 확실하다고 전망한다. 결국 2위로 1차 투표를 통과해 결선에서 르펜과 맞설 후보가 누구일지에 이목이 쏠린다. 글뤽스만의 얘기는 그가 1차 투표에서 극좌 멜랑숑 후보를 제치고 2위에 오르기만 하면 결선에선 좌파, 중도, 우파 세력의 결집을 이뤄내 간발의 차이로 르펜을 누를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는 2027년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출마를 선언한 극좌 정당 LFI 장뤼크 멜랑숑 대표(왼쪽)와 극우 정당 RN 마린 르펜 전 대표. AFP연합뉴스

결국 글뤽스만에게 1차 관문은 1차 투표에서 극좌 멜랑숑을 반드시 이기는 것이다. 그는 여러 차례 “멜랑숑과의 어떠한 연합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우파 그리고 중도층 유권자들을 향해 ‘극좌는 절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발신함으로써 지지층 외연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글뤽스만은 마크롱 정부의 친(親)기업 정책에는 비판적이나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의 결속 강화, 러시아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등에선 마크롱과 생각이 거의 같다. 외국인을 혐오하고 반(反)이민 선동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선 공공연히 적대감을 드러낸다. 지난 2025년 트럼프 행정부에 ‘자유의 여신상’ 반환을 촉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뉴욕의 랜드마크인 자유의 여신상이 19세기 후반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가 미국에 건넨 선물이란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글뤽스만은 2025년 3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규탄하며 “그럴 거면 자유의 여신상을 프랑스로 돌려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에 당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절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무명의, 급 낮은 프랑스 정치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프랑스가 지금 독일어를 쓰지 않고 있는 건 오로지 미국 덕분이며, 그들은 우리 위대한 나라(미국)에게 감사해야 함을 상기하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