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종교 넘어서 사랑과 연대의 힘으로 갈등 치유 ‘앞장’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70년-글로벌 평화운동]

여성평화운동의 확장

타인 위해 봉사·화해 이끄는 ‘아벨여성유엔’ 창설
GWPN·IAFLP 등으로 글로벌 활동 무대 확장

2012년 7월 16일, 경기도 가평 청심평화월드센터에 세계 130개국의 여성지도자와 평화운동 지도자, 세계평화여성연합 회원들이 모였다. 문선명·한학자 총재는 이날 세계 여성평화운동을 하나로 연결하기 위한 ‘아벨여성유엔’ 창설대회를 개최했다.

 

아벨여성유엔은 국가의 이해관계와 힘의 논리에 제약받는 국제사회를 여성의 도덕적 책임과 초국가적 연대로 보완하려는 운동이었다. 유엔이 국가 간 협상과 국제법을 통해 세계 문제에 대응한다면, 아벨여성유엔은 국경과 종교를 넘어선 여성의 연대로 갈등의 뿌리를 치유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빈곤과 차별, 가정해체와 인간소외를 극복하는 일도 평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2012년 7월 16일 경기도 가평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세계 130개국 여성지도자와 평화운동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아벨여성유엔 창설대회가 열리고 있다.

성서에 등장하는 아벨의 이름을 딴 이 명칭에는 가정연합의 해석에 따라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화해를 이끄는 선한 지도력의 의미가 담겼다. 한 총재는 여성들이 한 나라나 대륙의 경계를 넘어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치와 종교, 경제와 교육, 문화와 시민사회의 지도자들을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벨여성유엔의 비전은 이후 글로벌여성평화네트워크(GWPN)로 이어졌다. 각 지역의 여성단체와 전문가들이 공동의 평화 의제를 중심으로 경험과 자원을 나누도록 한 것이다. 여성 문제의 범위도 기후환경과 빈곤, 교육과 보건, 종교 갈등과 한반도 평화 등 인류 공동의 과제로 넓어졌다.

 

여성지도자 네트워크는 2020년 세계평화영부인연합(IAFLP)의 출범으로 한 단계 더 확장됐다. 이에 앞서 2019년 12월 서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에서 데비 레멩게사 당시 영부인의 주최로 준비회의가 열렸으며, 이듬해 2월 한국에서 열린 월드서밋을 계기로 세계평화영부인연합이 공식 출범했다.

 

영부인은 공식적인 통치 권한을 갖지는 않지만, 사회적 영향력과 국제적 상징성을 지닌다. 교육과 보건, 여성과 어린이, 장애인과 빈곤층처럼 정치적 경쟁에서 뒤로 밀리기 쉬운 문제를 공론화하고 시민사회의 참여를 끌어낸 경험도 가지고 있다. 영부인들의 연대는 인간의 생명과 일상, 가족과 지역공동체의 관점에서 국제문제를 바라보도록 이끌 수 있다.

 

한 총재는 영부인을 의전적 존재로만 보지 않았다. 각국 여성과 어린이의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정부와 시민사회를 연결하며, 국가 간 화해에 기여하는 평화의 지도자로 초청한 것이다. 세계평화영부인연합은 전·현직 영부인들이 경험과 사업을 공유하고 평화와 인간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지향했다.

2020년 2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월드서밋 2020’의 세계평화영부인연합 출범식에서 각국 전·현직 영부인과 여성 지도자들이 세계평화를 위한 협력과 연대를 다짐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실천에서 드러나듯, 한 총재가 역설해 온 여성시대는 여성 우월을 의미하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지배와 경쟁, 폭력의 문화를 돌봄과 협력, 책임과 화해의 문화로 전환하자는 선언이다. 그가 말한 모성적 사랑은 전쟁과 빈곤으로 고통받는 세계의 아이들까지 자신의 자녀처럼 바라보는 적극적인 사랑이다. 갈등하는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대화를 이어가며 생명과 미래를 지켜내는 책임 있는 힘이기도 하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내전이 이어지며 그 참혹한 피해는 여성과 어린이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군사적 충돌이 멈춰도 상처 입은 사람의 삶과 해체된 가정, 무너진 공동체가 회복되지 않으면 평화는 완성될 수 없다. 여성들이 평화협상과 전후 재건, 교육과 복지, 지역공동체의 회복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평화여성연합이 창설 이후 펼쳐온 여성평화운동은 중동여성평화회의와 아벨여성유엔, 글로벌여성평화네트워크, 세계평화영부인연합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활동 무대와 형식은 달라졌어도 그 중심에는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갈등으로 끊어진 관계를 다시 잇는 모성적 사랑이 자리했다. 세계 여성들이 사랑과 연대의 힘으로 세상의 상처를 품고 치유할 때, 인류는 대립과 폭력의 시대를 종식하고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평화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