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펌프장 작업자 사망’으로 견책된 구청 과장… 법원 “예상 가능했던 사고”

견책처분 취소 소송 낸 당시 양천구청 과장
법원, ‘주의의무 위반’과 사망 인과 인정

2019년 갑작스런 폭우로 서울 양천구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들이 고립돼 숨진 사고와 관련해 당시 양천구청 치수과장에게 견책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는 양천구청 치수과장으로 재직했던 A씨가 양천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견책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19년 7월31일 양천구 목동운동장 인근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등 방재시설 확충공사’ 현장의 저류시설에서는 갑자기 내린 폭우로 근로자 세 명이 고립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양천구청장 치수과장이었던 A씨는 주의의무를 위반해 근로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양천구청은 2023년 6월 A씨에게 사고 전에 저류배수터널을 점검하고도 수문 개방 중단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부서장으로서 안전조치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했다. 이후 A씨의 소청심사 청구를 받은 서울시지방소청심사위원회는 징계 사유는 인정하면서도 양정이 과중하다며 견책으로 감경했다.

 

A씨는 양천구청에는 저류배수터널 내에서 이루어진 공사와 관련한 관리책임이나 권한이 없었으므로, 터널 내 작업자 진입 여부 및 작업 현황 확인 등은 자신의 의무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한 정해진 근무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해 상주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고, 작업자들의 근무계획을 변경할 권한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설정된 수위 값에 따라 자동 개방되는 시스템의 수문도 정상 작동해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고, 구청이 저류배수터널 공사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없어 터널 내 작업자 진입 여부 확인은 자신의 의무가 아니라고도 항변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에게 저류배수터널 내 작업자 존재 여부 확인, 우수 유입 시 대피할 수 있도록 정보 공유체계 마련, 비상시 수문 개방 여부 즉각 제어 등 안전조치를 취할 직무상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씨는 사고 발생 무렵 이 사건 공사 진행 상황, 수문 제어 등 이 사건 시설 운영 방식, 기상 상태 등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발생 가능성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A씨의 주의의무 위반과 작업자들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했다. 아울러 근로자 두 명을 구조하기 위해 들어갔다 숨진 세 번째 직원의 사망과는 A씨의 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없으나, 징계 사유는 ‘성실의무 위반’ 자체이므로 처분 사유 성립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무렵 작업자들이 저류배수터널에 진입해 있었음에도 수문 폐쇄가 이뤄지지 않았고, 자동 설정값에 따라 수문이 개방돼 터널에 갑자기 많은 우수가 들어오게 됐다”며 “작업자들은 정보공유시스템 부재로 수문 개방 및 우수 유입 사실을 연락받지 못해 대피하지 못해 수몰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