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에 몰래 붙은 부가서비스, 4년 새 85%↑…50대 이상 피해 커

2022년 101개→올해 187개
‘모르는 새 가입’ 지적에도 실태조사 없어
주로 고령층서 피해 발생

이동통신 3사와 손잡은 제휴 부가서비스가 최근 4년 새 85% 넘게 늘었지만, 감독당국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2022년 이후 관련 실태조사나 점검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도 모르는 사이 가입돼 통신요금에 합산 청구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데도, 통신사와 제휴업체 간 수익구조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국회에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피해는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예컨대 한 기초생활 수급자가 이런 사실을 숨지기 전까지 몰랐다가 자녀가 뒤늦게 확인한 사례도 있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서천호 의원이 방미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신 3사의 제휴 부가서비스는 2022년 101개에서 올해 187개로 86개 늘었다. 증가율은 85.1%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제휴 부가서비스 사업자도 48개에서 70개로 약 45.8% 증가했다.

 

문제는 이 기간 통신사와 계약관계를 해지한 제휴 사업자는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사업자와 서비스가 꾸준히 늘어나는 동안 계약 해지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제휴업체에 대한 관리·평가와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제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 ‘무료 혜택’인 줄 알고 눌렀는데 유료 가입

 

피해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료서비스에 가입하고 요금까지 내게된다. 일부 제휴 부가서비스는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무료혜택이나 쿠폰, 할인행사, 보상 등을 안내하는 팝업창으로 가입을 유도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단순한 혜택 안내로 여겨 클릭했는데 실제로는 유료 가입과 결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지는 정반대다. 일부 서비스는 해지에 최대 7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가입은 간단하게 유도하고 해지는 여러 단계를 거치도록 설계했다면 소비자의 해지 포기를 유발하는 이른바 ‘다크패턴’에 해당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입 이후 서비스명과 이용요금, 해지방법 같은 핵심 정보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 사례도 지적됐다. 매달 통신요금 청구서를 세부적으로 살피지 않는 한 이용료가 빠져나가는 사실조차 알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요금이 청구돼도 이를 발견하거나 해지하기 어려워 피해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피해 호소는 처음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2년 8월 내놓은 조사에서 통신 3사 유료 부가서비스 이용자 1000명 가운데 50.6%가 최근 3년 사이 불만이나 피해를 한 번 이상 겪었다고 답했다.

 

같은 기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관련 상담은 556건이었다.

 

◆ 2022년 대책 뒤 점검은 ‘0회’

 

감독당국의 대응은 더 큰 문제로 지목된다. 2022년 통신 3사와 제휴 부가서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 해지기능 개선과 요금환불 등 소비자 보호대책이 마련됐지만, 이후 올해까지 관련 실태조사나 점검은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았다.

 

방미통위는 지난해 10월1일 옛 방송통신위원회를 개편해 출범한 기관으로, 2022년 대책은 옛 방통위 시절 나왔다.

 

당시 방통위는 통신 3사 제휴 유료 부가서비스 21개(11개 사업자)의 가입·해지 절차를 점검한 뒤 △팝업광고 최소화 △가입 후 서비스명·요금·해지절차 문자 고지 △통신사 고객센터·홈페이지·앱을 통한 해지 기능 제공 △이용실적이 없으면 7개월 이후 요금 미부과 등을 시정권고했다. 통신 3사는 그해 6월 말 시스템 개선을 마쳤다.

 

당시 점검 대상이 21개였던 데 비해 지금 제휴 부가서비스는 187개에 이른다. 서비스가 이만큼 늘어난 뒤에도 4년 전 권고가 현장에서 지켜지는지 확인한 기록이 없다는 점에서 대책의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2024년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도 관련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후 실질적인 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방미통위는 지난 6월 이동통신 서비스 해지 절차 개선방안을 내놓고 이통 3사 모두 모바일 앱에서 해지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이동통신 서비스 자체의 해지 절차를 다룬 방안이다.

 

◆ 매출·수익배분·퇴직자 재취업…제출 자료는 ‘0건’

 

국회의 자료 요구에 대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서 의원실은 방미통위와 통신 3사에 사업자별 매출현황, 통신사·제휴업체 간 수익배분구조, 고객 피해 및 환불내역, 가입부터 해지까지의 기간, 실제 서비스 이용현황 등을 요구했다. 통신사 퇴직 임직원의 제휴업체 재취업 현황도 요청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이 자료는 통신사의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단 한 건도 제출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청구되는 요금에서 얼마의 수익이 나는지, 이를 어떤 비율로 나누는지, 피해가 생기면 환불은 제대로 되는지조차 국회가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퇴직자 재취업 현황까지 공개되지 않으면서 통신사와 제휴사업자 간 거래관계의 투명성을 검증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다만 자료 미제출만으로 부당한 유착이나 불법적인 수익배분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감독당국 차원의 객관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 의원은 “2024년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부가서비스 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것은 통신사에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방미통위가 이에 대한 점검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질타했다.

 

◆ 내 요금에 붙은 부가서비스, 어떻게 확인하나

 

한편 당장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매달 청구서를 열어 보는 것이다. 통신사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의 부가서비스 조회 메뉴, 고객센터(휴대전화에서 114)를 통해 현재 가입된 유료 부가서비스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시정권고에 따라 제휴 부가서비스도 통신사 고객센터·홈페이지·앱에서 해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입 직후 서비스명·요금·해지절차를 알리는 문자가 오도록 돼 있는 만큼, 기억에 없는 안내 문자가 있다면 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원치 않는 가입이나 부당 청구로 피해를 봤다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