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식 산림청장 “소나무 재선충병 골든타임 놓치면, 산불·산사태 더 빈번해져” [세계초대석]

전국 산림 25% 초토화 우려

최근 1년간 감염 피해 177만 그루 달해
2025년보다 18% 증가… 확산세 역대 최대
177개 시·군 발생… 지자체 인력 0.87%뿐
기후변화 맞춘 선제·지역별 방제 시급

2년째 날개 못 편 헬기 방제

환경단체 반대로 중단된 후 최악 상황
포항 시범방제 결과로 적극 설득할 것
‘재선충과 전쟁’하며 산불대응도 만전
10월부터 야간 산불헬기 공식 운영도

농림위성 활용한 산림정책 목표

6개 시·도, 40개 시·군·구 방제벨트 구축
전국 피해지역 격자 단위로 통계 산출
위성 활용한 산불·산사태 재난 선제 대응
기후변화 따른 산림변수 모니터링 강화

“소나무재선충병을 잡지 못하면 산불은 더 강력해지고 산사태는 빈번해질 겁니다.”

 

박은식(56) 산림청장은 소나무재선충 박멸이 시급하고 중요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박 청장은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를 제때 제거하지 못하거나 예방하지 못하면 말라 죽은 소나무는 활활 타오르고 힘이 없어진 뿌리는 산을 지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선충병과 산불, 산사태는 고리로 연결돼 있어 재선충병을 제거할 ‘골든타임 확보’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솔수염하늘소 등의 우화(羽化·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이 됨)기 피해감염목은 177만그루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148만그루)보다 28만그루(18%) 증가했다. 소나무재선충이 한국에 상륙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확산세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 630만㏊ 가운데 소나무숲은 158만㏊로 약 25%를 차지한다. 이대로라면 전국 산림의 4분의 1이 초토화할 수도 있다.

 

박은식 산림청장은 “우리나라의 목재 자급률은 19.6%에 불과하다”며 “목재산업이 국가 산업이 되면 경제 활성화는 물론 ‘탄소 저장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제원 선임기자

재선충병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개충을 죽이는 것이다. 매개충이 곤충처럼 날아다니는 6∼8월에 헬기 방제 등 농약을 뿌려 퇴치해야 하지만 산림청은 지난 2년간 헬기 방제를 못하고 있다. 2023년 환경단체가 크게 반발하면서다.

 

박 청장은 “재선충은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6∼8월 농약 방제가 골든타임인데 무분별한 방제로 인한 환경문제가 제기되면서 지난 2년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산림청도 소나무재선충 확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심각하지만 생색은 안 나는’ 재선충병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과 인력부족, 조경수·화목보일러 땔감 등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나무 병해충 ‘불감증’도 확산을 키우는 요인이다.

 

가을철엔 매개충이 다 나무 속으로 들어가 농약을 뿌려도 소용없다. 당해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죽은 나무를 찾아 베어내 처리하는 게 관건이다. 산림청은 올해 재선충이 집중 발생한 경북 포항에서 유인 항공 방제를 시범 실시했다. 박 청장은 “포항의 항공 방제 결과를 분석해 환경단체 설득에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술고시 36회로 산림 분야에 뛰어든 27년 경력의 산림 전문가 박 청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산불 대응 및 예방과 재선충병, 산사태 등 잇단 산림 관련 재난·재해 때문에 거의 주말·휴일을 반납하고 있는 상태다. ‘봄철 산불 조심 기간’이었던 올 2월부터 5월 중순까지 세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하루밖에 쉬지 못했다고 했다. 그나마 식목일(4월5일)에 ‘단비’가 내린 덕에 하루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박 청장 재임 7개월여 동안 봄철 산불, 여름철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는 1건도 없다.

 

‘재선충과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가을철 산불 대응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는 야간 산불 헬기를 공식 운행하고 있다. 지난달 야간투시경(NVG) 친숙 훈련 및 야간비행 기량 유지 등 야간자격 조종사 양성을 완료했다. 현재 야간 산불 진화 헬기 7대를 확보했으며 야간비행 조종사는 14명이다. 박 청장은 “야간 헬기 운항으로 산불 진화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박 청장과 나눈 일문일답.

―소나무 재선충병의 전국화에 비상이 걸렸다. 기후변화로 확산 속도와 범위는 더 빠르고 넓어질 수밖에 없는데.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기온은 0.26도 올랐다.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는 평년보다 약 5일, 북방수염하늘소는 약 14일 빨리 우화한다. 더 빨리 깨어나 늦게까지 활동하는 거다. 반대로 소나무는 기후상승으로 생육 스트레스가 늘면서 저항력이 약화된다. 자연적으로 병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 된다. 피해감염목의 급증은 인력부족과 낮은 전문성 등 지자체별 제각각인 재선충병 대응도 한몫하고 있다. 이달 기준 전국 177개 시·군에서 재선충이 발생했는데 지방정부 담당인력은 평균 0.87명에 불과하다. 1988년 1월부터 2026년 9월 현재까지 피해목은 2000만그루, 방제예산은 2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기후변화에 맞춰 선제적 예방과 지역별 맞춤형 방제가 강화돼야 한다.”

 

―그동안 해왔던 방제 방식을 바꿀 시점이다.

 

“국가방제벨트 구축과 보전 소나무숲 보호, 경미지역 집중방제, 수종전환으로 확산을 저지하고 있다. 국가방제벨트는 6개 시·도, 40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면적 32만㏊, 총길이 800㎞로 조성할 계획이다. 위성기반 방제대상지도를 활용해 1㏊ 격자단위로 피해지역 관리에 돌입했다. 11월까지 전국 피해지를 대상으로 격자단위 통계를 산출할 예정이다. 국가재선충병방제대응단을 운영해 역량이 부족한 지자체 방제 지원에도 나선다. 지난달에만 수도권과 경북·경남·충남 등 4대 권역 47개 지역과 방제협의를 마쳤다. 기관별 전담인력을 지정하는 등 지역별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방청은 산불 대응에, 산림청은 산림관리 기획 등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산불이 연중화, 대형화하면서 전략적·맞춤형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산불은 99%가 실화이다. 인위적으로 산불을 내지 않으면 산불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단기적으로는 대책에, 중장기적으로는 지자체와 국민 경각심을 고취하는 게 필요하다. 산불 주원인인 가을철 영농 부산물 파쇄를 산림청이 무료로 해주겠다는 지원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 산불은 예방부터 피해지 복구까지 산림에 대한 전문성·연속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산림청 중심으로 유관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게 타당하다. 관계법령도 산불총괄은 산림청이 하게 돼 있다.”

 

―산림복원과 관련해 산림업계 ‘카르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산림사업을 위해 비정상적 관행을 뿌리 뽑고 법인 혁신을 통해 건전한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산림청은) 그동안 시·도에서 관리해 온 산림사업법인에 대한 자격증 대여, 유령법인 등 문제를 엄중히 인식, 비정상적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전국 1900여개 산림사업법인을 대상으로 1차 긴급 전수조사를 거쳐 올 5월 조사를 마쳤고 2차 국무조정실·지자체 합동조사에도 나섰다. 위법이 확인된 산림기술자 295명(241개 법인)에 대해 수사 및 행정처분 조치가 진행 중이다. 향후 단계적으로 엄정 조치하는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사법·행정처분에 나설 방침이다.”

 

―국제적으로 산림 이슈가 기후위기 대응과 맞물려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대표적인 흡수원이다. 산불, 가뭄 등의 기후재난에 대한 회복력을 높이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산림의 탄소 흡수·저장 기능과 산림 복원·보전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3대 환경협약의 목표달성에 있어 공통된 핵심분야로 물, 식량, 보건 등 다양한 분야와 밀접하게 연계된다. 한국의 녹화 성공 경험을 다른 국가들에 공유하고 산림재난, 토지황폐화, 생물다양성 등 국제사회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한 파트너로서 국제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개발도상국 대상 국가 공적개발원조(ODA) 우선순위나 예산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도로·병원과 달리 조림은 사업 종료 후에도 나무가 성장하고 생태계가 회복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산림복원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기후·토지·생물다양성·생계를 함께 해결하는 장기적 개발협력 분야라는 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엔 단순 조림에서 벗어나 주민소득·산림재난·생물다양성 등을 연계해 사업의 체감효과를 높이고 지속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의 산림 ODA사업은 개도국의 산림복원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과 생태계 복원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고정적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임기 내 이루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농림위성을 활용해 산림관리의 패러다임을 한 단계 높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올해 7월 발사한 농림위성은 우리 산림을 더 넓고 더 빠르게 바라보고 관리하는 체계로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위성정보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산불·산사태·산림병해충 등 산림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의 생육·훼손·황폐화 등 변화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숲의 ‘회복 탄력성’ 구축과 임업 경제 활성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목재 자급률은 19.6%에 불과하다. 해외에서 사오는 비용만 6조원이다.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3분의 2가 숲인데 잘 활용하면 산업이 된다. 목재산업이 국가 산업이 되면 경제활성화는 물론 ‘탄소 저장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임업의 산업화를 추진해 산림 공익 가치를 알리고 싶다.”

 

박은식 산림청장은…●1970년 전남광주 ●서울대학교 임학과 학사 ●서울대 산림자원학 석·박사 ●기술고시 36회 ●산림청 산림정책과장 ●〃 기획재정담당관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사무차장 ●〃 국제산림협력관 ●〃 산림산업정책국장 ●〃 차장 ●산림청장(2026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