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만 해도 랩은 대중가요 그룹에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30여년이 지나면서 랩은 일부 힙합 그룹만의 문법을 넘어 케이팝(K―POP) 그룹을 구성하는 익숙한 표현 방식이 됐다.
12일 세계일보가 1992~2026년에 데뷔한 케이팝(K―POP) 가수 1035팀의 멤버 구성을 분석한 결과, 래퍼를 한 명 이상 둔 팀은 761팀으로 전체의 73.5%를 차지했다. 래퍼 수를 확인하기 어려운 84팀을 빼면 그 비율은 80%로 올라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랩 포지션의 확산은 세대별로 뚜렷했다. 1992~2002년에 데뷔한 1세대 아이돌 34팀 가운데 래퍼를 둔 팀은 64.7%였고, 나머지 35.3%는 래퍼 없이 활동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랩이 대중음악 전면에 나섰고 H.O.T와 젝스키스 등 아이돌 그룹에도 랩을 전담하는 멤버가 생겼지만, 모든 팀의 당연한 구성원은 아직 아니었다.
2세대(2003~2011년) 아이돌팀에는 래퍼를 둔 팀이 74.1%로 늘었다. 빅뱅과 2NE1처럼 복수의 래퍼를 둔 그룹도 등장했다. 랩은 노래 사이에 잠깐 들어가는 장치에 머물지 않고 그룹 안에서 별도의 역할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랩 포지션이 가장 보편화한 것은 3세대였다. 2012~2017년 데뷔한 327팀 가운데 래퍼가 없는 팀은 12.2%에 그쳤다. 래퍼가 한 명인 팀이 28.4%, 두 명 이상인 팀이 57.2%였다. 래퍼 수가 확인되지 않은 팀까지 포함해도 85.6%에 달하는 팀에 래퍼가 있었다. 강일권 대중음악평론가는 “과거에는 ‘노래를 못하면 랩을 해라’는 정도의 인식도 있었지만 이후 케이팝에서도 래퍼를 별도로 훈련시키고 가사와 플로(랩의 리듬감과 흐름)를 신경 쓰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연도별로도 변화가 보인다. 2009년 데뷔팀의 80%에 래퍼가 있었고, 2010년에는 93.3%로 높아졌다. 2012년 데뷔한 40팀은 95%가 넘는 비율로 래퍼가 포함됐다. 특히 77.5%는 래퍼가 두 명 이상이었다. 2017년에도 래퍼를 둔 팀은 88.4%, 2020년에는 86.9%였다.
최근에는 또 다른 변화도 보인다. 4세대(2018~2022년) 아이돌팀에는 전체 346팀 중 74.9%가 한 명 이상의 래퍼를 뒀다. 5세대(2023~2026년) 아이돌팀에서는 56.7%까지 내려갔다.
그룹의 데뷔 연도는 케이팝 아티스트 정보 사이트 ‘케이프로파일’의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고, KBS ‘가요톱텐’ 자료 등을 참고해 당시 활동한 그룹을 보완했다.
이 시리즈의 전 회차는 세계일보 인터랙티브 기사(www.segye.com/investigative/k-hiphop)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