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액 10월 열흘간 261억弗… 동기간 역대 최대

AI發 호황… 사상 최대 실적 행진

2025년 같은 기간 대비 102% 늘어나
반도체 170% 증가한 122억弗 기록
전체 수출서 차지하는 비중 46.7%
승용차·철강제품 등 증가세 뚜렷

설비 투자 늘어 경기 개선세 보여
물가 상방 압력 지속 소비는 줄어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 속에 이달 초순 수출액이 지난해의 2배 수준으로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 실적에 힘입어 설비투자가 늘어나는 등 경기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물가 상방 압력이 지속되며 소비는 뒷걸음친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중심의 경기 개선세가 가계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면서 소비에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10일 수출액은 261억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2.0%(131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이 기간 일평균 수출액은 47억달러로 1∼10일 기준 역대 가장 높다. 직전 최대치는 2017년 10월의 일평균 45억달러로, 9년 만에 최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수출 성장세를 주도한 것은 반도체로 이달 초순에만 지난해 대비 170.9% 증가한 121억980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11.9%포인트 상승한 46.7%로 절반에 육박했다. 반도체 비중이 커지긴 했지만 석유제품(45.6%)과 승용차(82.7%), 철강제품(49.4%), 무선통신기기(62.6%), 컴퓨터 주변기기(260.5%) 등의 수출도 두루 증가했다.

 

수출 비중이 큰 3국 가운데 중국으로의 수출이 167.3% 증가한 75억9300만달러를 기록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미국(36억5700만달러)과 베트남(24억600만달러)으로의 수출도 각각 159.9%, 89.7%씩 증가했다. 수입의 경우 원유(42억5700만달러)와 가스(14억3500만달러) 등 에너지 관련 수입이 늘며 전체 규모(223억1600만달러)도 65.5% 늘어났는데, 수출 증가세가 가파른 덕에 무역수지는 37억88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경제동향 10월호’에서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수출과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가 분석한 8월 산업생산 관련 지표에서 설비투자는 기계류(25.4%)와 반도체 제조용 장비(107.7%) 등을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1% 증가했다. 장기간 부진을 겪고 있는 건설투자는 8월 들어 건설기성(1.3%)과 비거주용 건축(19.2%)이 개선되며 부진이 소폭이나마 완화됐으나 주거용 건축(-2.7%)의 부진은 계속됐다.

수출 실적의 가파른 상승세에도 그 온기가 가계 전반으로 퍼지진 못했다. 8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하며 뒷걸음질쳤다. 8월 완성차 업계의 일시적 생산 차질로 승용차 등 내구재(-5.6%) 판매가 감소한 영향이 크지만,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며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3.1%)보다 낮은 2.9%를 기록했지만, 8월 물가에 반영된 ‘통신비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근원물가 역시 전월(2.6%)보다 0.2%포인트 높은 2.8%로 집계됐다. KDI는 “고유가 지속 등으로 공급 측 물가 상방 압력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기조적인 임금상승세는 미약해 가계 구매력의 회복이 제약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며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부총리는 대외 리스크로 통상질서 변화와 공급망 리스크, 고금리 지속에 따른 재정 리스크 등을 거론하며 “고위급 정상외교를 통해 주요국과 경제 및 공급망 협력기반을 구축하고, 정상외교의 주기적 점검을 통해 성과를 가시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