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5년 내 33% 감축”… 위험군 관리 위해 강제개입 추진 [6차 자살예방기본계획]

전 부처·지자체 전방위 대응

자살시도자 당사자 동의 없이도
관계기관 통보하게 법 개정 방침
유족 원스톱 서비스 전국 확대
권역별 대응의료센터·인력 확충

예방 우수지자체 포상·재정지원
금융위 채무자·법무부 범죄 관련
위험 대상별 대책 책임부처 설정

정부가 12일 발표한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에서 지방자치단체와 각 부처의 역할을 강화하고 매년 실적을 평가하기로 한 배경에는 그간 보건복지부 중심의 자살예방 정책이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판단이 뒤따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정부 책임을 늘리는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자살시도자를 즉각 지원하기 위해 개인정보 동의 없이도 지원기관에 연계할 수 있는 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 사전브리핑에서 “자살예방정책이 그동안 복지부 중심으로 이뤄진 건 사실”이라면서 “지자체가 (일선에서) 자살예방 사업을 하는데, 지자체별로 차이가 크다. 정부 노력만으로는 자살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역부족이다”며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벼랑 끝 생명 구조’ 국가 책임 강화 정부가 12일 자살예방정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논의한 가운데 서울 마포대교 위에 SOS 생명의 전화가 설치돼 있다. 이재문 기자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024년 기준 29.1명으로 2012년(30.3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27.8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1∼7월 자살사망자 수는 총 7432명으로, 전년 동기간(8475명) 대비 12.3% 줄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2030년 18.9명으로, 지난해 대비 30% 낮춘다는 목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축 권고한 수치다. 

 

정부는 지역 중심의 자살예방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자살예방 이행계획을 통해 지자체별 자살률과 자살예방 노력 등을 정부가 평가하고, 해당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기존에도 지자체별 자살률이 발표됐으나, 이를 바탕으로 별도의 평가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정부는 이 같은 평가 결과에 따라 우수 지자체에 대해 포상과 재정적 지원을 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중앙부처의 장, 시∙도지사에게 기본계획에 따른 시행계획 수립 및 시행의무가 부여되고, 매년 복지부 장관이 이를 평가하게 되는 등 정책 동력 및 책임성이 확보되는 효과가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사업 실적이 미비한 지자체에 대해 별도의 제재는 없다. 이 차관은 “객관적인 자살률 통계와 평가지표를 공개해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관심을 제고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지자체에 별도의 페널티를 부여할 경우 오히려 적극적인 자살예방 사업 전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자체의 역할 확대와 평가체계 도입을 두고 정부 차원의 경직적인 사업 전달체계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도 자살예방과 관련해 지자체들이 여러 관계 부처와 협의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협조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정부가 지자체를 평가하며 책임만 떠넘기면 안 될 문제”라고 말했다. 석 교수는 이어 “자살예방정책의 부처 간, 정부와 지자체 간의 경직적인 구조부터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사업과 제도의 연계가 더 중요하다. 인력과 예산 지원도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아울러 자살 고위험군의 적극적 발굴∙예방을 목표로 ‘신청주의’에서 벗어나 관계기관 연계를 확대한다. 정신의료기관 내 관계자가 당사자 동의를 받아 자살예방센터 등 사례관리와 연계하면 ‘지역사회 사례관리 의뢰’ 등에 대한 수가 지급을 검토한다.

 

특히 자살시도자임에도 서비스 제공에 미동의하는 인원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연계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가 자동으로 전달되는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 차관은 “자살시도자를 도울 수 있도록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관계기관에서 연락하거나 지원할 수 있게 개인정보를 연계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한다.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장 관계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기존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과 고독사위기대응시스템 등을 ‘위기가구 통합 발굴 플랫폼’으로 통합해 자살위험군을 적극 발굴한다. 복지부는 관련 정보화전략계획(ISP) 예산으로 내년도에 6억5700만원을 반영했다.

사후적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정책 전환을 위해 근본적인 자살 원인 해소에도 나선다. 자살위험을 높이는 채무·빈곤·고립·돌봄 등 사회·경제적 요인을 정책의 주요 대상으로 포함했다. 금융위원회가 책임 부처로 나서 불법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강화하고, 금융취약계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자살고위험군의 현장확인을 생략하고 긴급생계비 30만원을 우선 지원하고 생애주기별 고립 예방과 돌봄 대책도 늘린다.

 

자살유족 지원도 강화한다. 자살유족의 조기 발굴과 신속한 통합지원을 위한 ‘자살유족 원스톱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유족보호관(가칭)’제도를 통해 유족이 필요한 지원을 적기에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관련 인프라도 확대한다. 자살예방센터 인력을 올해 센터당 5명에서 내년 7.1명으로 확충한다. 자살위기자의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현재 14개에서 2030년 17개로 늘리고,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도 내년 103개소로 올해보다 3개소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