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경제적 가치로 사람과 사회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조건 없이 청년 AI 인재를 키우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동시에, 사회문제 해결 성과가 경제적인 보상으로 이어지는 ‘임팩트 이코노미(임팩트 경제)’를 새로운 화두로 끌어올리고 있다. 재계는 평소 AI 혁명과 사회 지속성 등 미래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최 회장이 해결책 마련을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다.
SK그룹은 12일 학위나 취업과 별개로 도전과 혁신을 원하는 청년을 지원하는 2년제 비학위 프로그램 ‘SK 아이젠(AIGEN)’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아이젠은 AI와 세대를 뜻하는 영단어 ‘Generation’의 합성어로 AI에 익숙한 요즘 청년 세대를 뜻한다. 모집대상은 만 19∼34세 청년이다. 1기 모집은 다음 달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되며, 연말에 50명 안팎을 최종 선발할 계획이다. 첫 교육과정은 2027년 3월 시작된다.
교육과정은 2년간 전일제로 운영된다. 산업 현장처럼 실제 과제를 해결하며 역량을 키우는 방식을 교육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참가자들은 1년 차에 개인·기업·사회의 문제를 찾아 AI로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수행하고, 2년 차에는 각자 세운 직업 계획에 맞춰 현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다.
최 회장이 지적한 문제는 ‘임팩트 패러독스(역설)’다. 사회적 가치의 성과가 나타나면 혜택은 여럿이 누리는데 비용은 한 주체가 내야 한다. 또한 경제적 효과가 있어도 재무제표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가치가 중요한 것을 모두가 알아도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 기업이 매연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제조 공정을 전면 도입했을 때, 혜택은 회사 주변에 사는 모든 사람이 누리게 된다. 많은 구성원이 혜택을 보지만, 이를 위한 비용은 오롯이 기업의 몫이다. 또 환경 개선으로 얻은 사회적 가치나 성과는 기업의 재무제표에 기입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사회를 위한 마음으로 비용을 감당했던 기업도, 돌아오는 게 없다 보면 결국엔 친환경 경영을 포기하게 된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기여분을 측정해 경제적인 보상을 주는 개념을 꺼내 들었다. 한 개인이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기여한 만큼 정확한 경제적 보상을 받게 되면, 단순한 이타심이 아닌 본인 의지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 개념을 ‘임팩트 이코노미’로 정의했다.
최 회장은 “SK와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사회적 가치가 측정될 수 있고 금융 인센티브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며 “시장 실패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규칙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