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대 코인 탈취 조직, 공조수사로 9개월 만에 일망타진” [경찰서 사람들 ④]

강북署 통합수사6팀 한석권 경감

“개인지갑 권한 뺏는 수법은 처음
가상자산 범죄 갈수록 복잡해져
팀원들 업무 분담 덕 수사 집중
새로운 범죄 트렌드 놓치면 안 돼”
사건 현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답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랜 경험과 집요한 수사로 범인을 쫓고, 시민의 일상을 지켜낸 ‘경찰서 사람들’입니다. 사건 뒤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강북경찰서 한석권 경감. /2026.09.29 이제원 선임기자

“일선 경찰서에서 현실적인 한계는 있죠.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여건을 핑계 삼지 않고 최대한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서울 강북경찰서 사무실에서 만난 통합수사6팀장 한석권 경감은 지난해 4월30일 새벽, 당직근무를 마무리하고 퇴근을 기다리고 있다가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 피해자가 주장한 피해액은 8억원 이상. 일선 경찰서에선 흔치 않은 규모였다. 피해자 지갑 거래내용을 검색해 가상자산 출금 사실을 확인한 한 경감은 퇴근 대신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범행을 저지른 범인들은 가짜 투자 사이트를 만들고 피해자에게 8억원 상당의 테더(USDT)를 탈취했다. 이들은 해당 사이트에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고이율 이자를 주겠다고 홍보하고, 이를 믿고 개인 지갑을 연결하면 해당 지갑 출금 권한을 탈취하도록 설계했다. 일당은 한 달간 매일 약속 이자를 송금해 신뢰를 얻었고, 이후 테더가 입금되자 전액을 탈취하고 환전업자를 통해 현금 세탁까지 마쳤다.

 

한 경감과 수사팀은 피해자와 접촉한 일당 말단부터 차근차근 추적을 시작했다.

 

한 경감은 “무작위로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돌리던 조직원을 가장 먼저 검거했다. 광범위한 수사 끝에 피의자들을 순차 검거해나간 이들은 약 9개월 만인 지난 1월 일당을 일망타진하는 데 성공했다. 한 경감은 “당시 베트남에 주요 피의자 1명이 여전히 남아있던 상태였다”며 “공조수사와 동시에 현지 영사관을 통해 피의자에 접촉했고, 자수를 설득했다. 피의자가 숨어버릴 위험도 있었지만, 설득이 통한 덕에 그해 10월 귀국을 끌어냈고, 이후 수사가 유의미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선 경찰서 수사관이 대형 사건을 장기간 수사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다.

지난 9월 29일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만난 강북서 한석권 통합수사6팀장이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예치를 사칭한 신종 피싱 범죄조직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한 경감은 “이런 사건을 수사하려면 가상자산 흐름과 통신∙계좌내역 분석, 압수수색과 체포·구속영장 신청, 디지털 증거 분석 등을 반복해 진행해야 한다. 일반 사건과는 필요한 시간이나 업무량이 크게 다르다”며 “일선 수사팀 입장에선 한정된 인력과 시간 안에 이를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경감은 “사건 규모나 난이도를 이유로 수사를 뒤로 미룰 수는 없다”며 “중요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관이 수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팀원들이 업무를 조금씩 나눠 맡는 방식으로 부담을 분담했다. 이번 수사는 한두 명의 수사관이 해결했다기보단, 팀 전체가 분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만큼 범죄의 형태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한 경감은 “개인 지갑 권한을 탈취해 가상자산을 빼내는 방식은 처음 접한 수법”이라며 “경찰 내에서도 새로운 범죄 트렌드가 발견되면 현장 강의나 교육을 통해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 역량을 아무리 빨리 키워도, 범죄의 속도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한 경감은 “피싱에서 누군가 100% 수익률을 약속한다면, 범죄 피해를 입을 확률이 100%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