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수사 경력 전문가가 강조한 피싱 사기 예방의 핵심은?

‘1조2578억원’. 지난해 보이스피싱에 당한 총 피해 금액이다. 투자리딩방 사기로는 6581억원, 로맨스스캠에는 1360억원이 뜯겼다. ‘설마 나는 안 당하겠지’ 싶지만 매년 금융사기 피해금액은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해 사기 수법이 더 교묘해지고, 검거는 힘들어지고 있다. 24년간 경찰에 몸 담았던 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총괄수석은 이같은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나도 금융사기를 당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총괄수석이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금융사기 흐름과 우리은행의 대응체계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전 총괄수석은 1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금융사기 흐름과 우리은행의 대응체계를 소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총 금융사기 피해액은 2조3755억원에 달한다. 2022년(7911억원)보다 약 3배 증가했다. 한국만 유독 금융사기 희생양이 되고 있는 건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국 연방수사국(FBI) 직속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의 분석에 다르면 미국에서 금융사기 신고는 100만8597건, 손실액은 208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26% 증가한 규모다. IC3는 미국에서 AI를 악용한 사기, 고령층을 노린 범죄가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 총괄수석은 금융사기를 다루는 데 있어 어려움으로 “금융사기는 21세기 수법인데 국제공조와 범죄인 인도 등 대응 제도는 여전히 19세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을 들었다. 그는 “기술 발달로 사기를 칠 수 있는 환경이 좋아졌다”며 “범죄자들은 인터넷만 되고 나라가 (규제·형사사법 환경 등이) 허술한 두 가지 조건만 있으면 어디서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사기범죄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범죄조직 하나가 활동했다면 이제는 기능별로 분업·연계해 글로벌 범죄 산업이 됐다. 어설픈 시나리오를 갖고 무작위로 찔러보던 방식에서도 벗어났다. 전 총괄수석은 “로맨스 스캠을 예로 들면 예전엔 무작위로 메시지 보냈는데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분석해서 반려견·반려묘 사진을 많이 올리는 사람, 즉 외로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나 최근 배우자가 사망한 사람 등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식으로 고도화됐다”고 설명했다. 범행 채널도 과거 전화 위주에서 스마트폰·SNS·메신저 등으로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범죄 거점이 여러 국가로 분산됐다. 전 총괄수석은 “피싱 조직이 핵심 지휘부 아래 병렬형·모듈형으로 있는 형태라 하부 조직이 검거되면 이를 떼어내 버리고 다른 조직으로 교체하면 된다”며 “과거에는 아래 조직을 잡으면 타고타고 올라가서 (전체를) 검거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피싱 조직을 와해시키기가 예전보다 몇 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보이스 피싱 등 금융사기는 예방이 중요하다. 자칫 범죄조직에 피해금을 송금하고 나면 되찾을 확률이 극다. 범죄조직을 피해금을 뜯어내면 다수 대포통장에 소액으로 나눠넣은 후 가상자산으로 바꿔 뒤섞기를 반복한다. 이를 해외로 보내 현금이나 금·부동산으로 현금화한다.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환급율은 22%에 불과하다. 전 총괄수석은 이 수치마저도 사전에 적발해 송금을 막은 사례를 포함한 수치일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기관에서도 AI 기술을 동원하고 전담 대응 조직을 운영하며 피해 예방에 힘쓰고 있다. 우리은행의 사례를 보면 70대 한 고객의 경우 자신의 A투자증권사 계좌에서 우리은행 박모씨 계좌로 2억9000만원을 입금했다. 우리은행의 박씨는 이 중 3000만원을 기존에 의심계좌로 파악됐던 B은행으로 이체했다. 우리은행은 즉시 70대 고객과 박씨에게 연락했다. 두 사람의 진술이 불일치했다. 우리은행은 70대 고객이 사기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계좌이체를 막았고, 덕분에 남은 2억6000만원을 보호할 수 있었다. 

 

전 총괄수석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금융사기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적인 건 ‘나도 금융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라며 “나도 당할 수 있다 생각하면 사기 유형을 찾아보게 되고 대응법을 찾기에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예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