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뒤 배수구에 뭉친 머리카락을 보면 가을 탈모가 시작된 건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빠진 머리카락이 많다고 해서 모두 탈모는 아니다. 탈모와 모발 손상은 원인과 관리법이 다르다. 가을철 머리 빠짐의 특징과 두피·모발 관리법을 알아본다.
◆ 가을철 머리 빠짐, 계절 변화의 영향일 수도
국제학술지 ‘Dermat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모발의 휴지기 비율은 계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휴지기는 모발이 성장을 멈추고 쉬는 단계다. 이 단계가 지나면 새 모발이 자라면서 기존 모발이 빠진다.
연구진은 질환이 없고 탈모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으면서 탈모를 호소한 여성 823명을 6년간 관찰했다. 그 결과 휴지기 모발 비율은 여름에 가장 높았고 봄에도 약하게 상승했다. 휴지기 모발이 일정 기간을 지나 빠지는 만큼, 여름에 휴지기 모발이 늘어나는 현상은 가을철 머리 빠짐이 많아지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피부과학회(AAD)는 하루 50~100가닥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정상 범위라고 설명한다. 샤워할 때 빠진 모발이 많아 보여도 그 양만으로 탈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 빠진 머리카락과 끊어진 머리카락 차이는
탈모로 빠진 머리카락과 손상돼 끊어진 머리카락은 모양이 다를 수 있다. 빠진 머리카락의 뿌리 끝에는 흰색이나 투명한 곤봉 모양의 각질화된 조직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모낭 전체가 빠져나온 것이 아니다.
손상돼 끊어진 머리카락은 길이가 제각각이고 끝이 갈라지거나 거칠 수 있다. 젖은 머리를 세게 빗거나 문지르고, 드라이어나 고데기의 뜨거운 열을 자주 쬐거나 염색·펌을 자주 하면 모발이 약해져 끊어지기 쉽다. 이 경우 머리숱이 줄어 보일 수 있지만 모낭에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탈모와는 다른 현상이다.
가르마가 넓어지거나 묶은 머리의 볼륨이 줄고, 모발이 전반적으로 가늘어지는 변화는 여성 탈모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두피에 동그랗게 빈 곳이 생기거나 평소보다 많은 양의 머리카락이 계속 빠진다면 계절 탓으로 넘기지 말고 피부과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 머리 감는 횟수와 방법, 두피 상태에 맞춰야
탈모와 모발 손상을 줄이려면 머리를 감고 말리는 방법도 중요하다. AAD에 따르면 직모에 두피 기름기가 많은 사람은 매일 머리를 감아도 된다. 건조하거나 곱슬곱슬하고 굵은 머리는 두피의 기름기와 상태를 보며 감고, 땀을 많이 흘리거나 왁스·스프레이를 쓴 날에는 두피와 머리카락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뜨거운 물은 두피를 건조하게 하거나 자극할 수 있으므로 미지근한 물로 두피와 머리카락을 충분히 적신 뒤 샴푸한다. 손톱 대신 손가락 끝으로 두피를 부드럽게 문지르고, 머리카락은 거품이 흐르는 물에 헹군다. 손톱으로 두피를 긁거나 머리카락을 세게 비비면 두피가 상하고 머리카락이 끊어질 수 있다. 샴푸는 손바닥에서 거품을 낸 뒤 두피에 골고루 바르고 헹굴 때는 이마와 귀 뒤, 목덜미까지 꼼꼼히 씻어낸다.
◆ 젖은 머리는 부드럽게, 드라이어는 거리를 두고
샴푸한 뒤에는 수건으로 머리를 비비거나 비틀어 짜지 말고 가볍게 눌러 물기를 닦는다. 젖은 머리는 쉽게 끊어질 수 있으므로 빗질은 되도록 피한다. 엉킨 머리는 넓은 빗으로 끝부분부터 천천히 풀어 준다.
대한피부과학회 학술지 ‘Annals of Dermat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드라이어를 모발에 가까이 대고 뜨거운 바람을 쐴수록 모발 표면 손상이 컸다. 연세대 원주의대 피부과 연구진은 모발 다발을 샴푸한 뒤 자연 건조한 경우와 드라이어의 거리·온도·사용 시간을 달리해 말린 경우를 비교했다.
각 조건에서 모발을 말린 뒤 표면을 관찰한 결과 드라이어를 모발에서 5㎝ 떨어뜨려 15초간 사용한 경우 표면 손상이 가장 컸다. 15㎝ 떨어뜨려 60초간 계속 움직이며 말린 경우에는 자연 건조보다 손상이 적었다.
머리를 꽉 묶으면 모낭에 부담이 가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포니테일이나 땋은 머리를 자주 세게 묶는 습관은 견인성 탈모의 원인이 된다. 머리를 묶었을 때 두피가 아프거나 당기면 느슨하게 풀어줘야 한다.
◆ 두피 가려움·붉은기·각질 오래가면 진료받아야
두피가 가렵거나 붉어지고 각질이 생기는 증상이 오래가거나 심해지면 비듬으로만 여기지 말고 피부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지루성 피부염이나 건선 등 다른 두피 질환일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단백질이나 철분이 부족하면 모발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급격히 살을 빼거나 식사량을 크게 줄이면 몇 달 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질 수 있다. 영양제는 검사에서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온 뒤 복용하는 게 좋다. AAD는 부족하지 않은데도 철분·아연·비오틴을 보충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