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 중 단 7인 살아남았다…소믈리에 ‘와인 전쟁’ 최후에 누가 웃을까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2026 코리아호텔&레스토랑소믈리에 대회 10월22일 결선

150명 도전·‘톱7’ 우승 놓고 마지막 승부·남희석 사회

30년 역사 소펙사 대회 올해 중단…국내 대표 대회로 부상

지난해 결선 ‘와인 8종 2분30초’ 블라인드 테이스팅 화제

 

2026 코리아 호텔 & 레스토랑 소믈리에 대회 결선 진출자(가나다순). 

150명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단 7명만 남았습니다. 와인 한 모금으로 나라와 품종, 빈티지까지 꿰뚫어야 하고 손님의 돌발 요청에도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하는 소믈리에들의 ‘와인 전쟁’이 마침내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소믈리에를 가리는 ‘2026 코리아 호텔 & 레스토랑 소믈리에 대회’ 결선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결선은 10월 22일(목)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보라매로3길 23 대교타워 3층 아이레벨홀에서 방송인 남희석의 사회로 열립니다. 두 차례 예선의 높은 벽을 뚫은 소믈리에 7명이 우승 트로피와 우승 상금 700만원을 놓고 숨 막히는 승부를 펼칩니다. 예선 1위 박준영 소믈리에가 기세를 이어 왕관을 쓸지, 국내 대회 준우승 경력의 베테랑 한욱태 소믈리에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지, ‘소믈리에 사관학교’ 정식당의 반성진 소믈리에가 선배들의 역사를 이을지, 아니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다크호스가 반란을 일으킬지. 단 몇 초의 판단이 승패를 가르는 무대에서 과연 누가 영예의 우승을 차지할지 와인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습니다.

 

2026 코리아 호텔 & 레스토랑 소믈리에 대회 결선 사회를 맡은 방송인 남희석.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국내 대표 소믈리에 대회로 ‘우뚝’

 

올해 국내 소믈리에 업계에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1996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프랑스 농식품부가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SOPEXA KOREA·현 홉스코치 코리아)가 주관해 온 ‘한국 소믈리에 대회’가 지난해 제24회 대회를 끝으로 올해부터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30년 가까이 국내 소믈리에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대회가 사라지면서 코리아 호텔 & 레스토랑 소믈리에 대회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코리아 호텔 & 레스토랑 소믈리에 대회는 매년 규모가 대폭 확대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믈리에를 발굴하고,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26 코리아 호텔 & 레스토랑 소믈리에 대회 2차 예선.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한국소믈리에협회는 1990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소믈리에 단체로 100여명의 현직 호텔·레스토랑 소믈리에가 활동 중입니다. 서울, 부산, 제주, 대구, 광주, 강원 등 전국 지부를 통해 와인 산업의 교육과 교류, 직무 역량 강화를 지원합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코리아 호텔 & 레스토랑 소믈리에 대회는 지난 6월 참가 접수를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했습니다. 1차 온라인 예선에는 150명이 응시했고 상위 50명(소믈리에 부문 37명·어드바이저 부문 13명)이 8월 24일 서울 대교타워에서 열린 2차 예선에서 이론과 블라인드 테이스팅 실력을 겨뤘습니다. 이를 통과한 소믈리에 부문 7명이 결선에 올랐고 어드바이저 부문은 1위(홍경의·라빈 리커스토어)를 확정했습니다. 상금은 소믈리에 부문 1위 700만원, 2위 400만원, 3위 200만원, 어드바이저 부문 1위 100만원입니다.

 

2026 코리아 호텔 & 레스토랑 소믈리에 대회 2차 예선 블라인드 테이스팅.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수입사는 동원와인플러스, 디오니코리아, 신동와인, 와인투유 코리아, 비노파라다이스, 서영주류, 크리스탈와인컬렉션, 하이트진로, 세계주류마켓, 아영FBC, 트렌드인터내셔날이 참여합니다. 또 WSA와인아카데미, 카탈루니아와인협회(Taste Catalonia), 와인스피어 아시아, 몬산트(Montsant)와인협회도 함께하며 명품 글라스 잘토(Zalto)가 공식 글라스 스폰서로 나섭니다.

 

결선은 업계 종사자 누구나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어 동료 소믈리에들의 서비스를 가까이에서 보고 응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올해 결선은 또 어떤 상상 초월의 문제가 소믈리에들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열흘 뒤 무대 위에서 그 답이 공개됩니다.

 

2026 코리아 호텔 & 레스토랑 소믈리에 대회 결선 진출자 명단.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결선 진출 ‘톱7’은 누구

 

결선에 오른 7명은 파인다이닝과 호텔, 와인 바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약하는 실력파들입니다. 예선 성적순으로 소개합니다. 예선 성적은 결선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박준영 소믈리에(래빗홀).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박준영 소믈리에(래빗홀)

 

래빗홀의 박준영 소믈리에는 2차 예선에서 소믈리에 부문 37명 가운데 1위를 차지하며 결선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론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아우르는 예선에서 정상에 오르며 가장 주목받는 결선 진출자로 떠올랐습니다. 박준영 소믈리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한욱태 소믈리에(레꼬빵).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한욱태 소믈리에(레꼬빵)

 

레꼬빵의 한욱태 소믈리에는 이번 결선 진출자 가운데 대회 경험이 가장 풍부한 베테랑으로 꼽힙니다. 권숙수에서 근무하던 2017년 와인비전과 코리아 소믈리에 길드가 주최한 제3회 코리아 소믈리에 오브 더 이어(Korea Sommelier of the Year)에서 최종 우승했습니다. 이후 소펙사 코리아가 주관한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도 2020년 제19회 4위에 이어 2021년 제20회 2위에 오르며 아시아 소믈리에 대회 한국 대표 출전 자격을 얻었습니다. 이미 한 차례 정상을 맛본 그가 또 하나의 우승 트로피를 추가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한욱태 소믈리에는 “설렘과 긴장감을 즐기며, 당당하게 임하겠습니다”라고 포부를 전했습니다.

 

반성진 소믈리에(정식당).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반성진 소믈리에(정식당)

 

반성진 소믈리에는 9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2스타에 이름을 올린 파인다이닝 정식당에서 소믈리에이자 어시스턴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원래 항공사 승무원을 꿈꿨지만 몬드리안 호텔의 한식 캐주얼 다이닝 ‘십이율’을 거쳐 2022년 7월 정식당으로 둥지를 옮겼습니다. 지난해에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가 주최한 제21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결선에 올랐고, 결선 진출자만 참가할 수 있는 ‘2025 포르투갈 와인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정식당은 경민석, 신동혁, 주재민 소믈리에 등 여러 대회 입상자가 거쳐 갔고 김민준 헤드 소믈리에가 2024년 제23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소믈리에 사관학교’로 불리는 곳이라 그의 성적에 더욱 눈길이 쏠립니다. 반성진 소믈리에는 “한국 최고의 소믈리에가 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습니다.

 

김진표 소믈리에(비노파라다이스 한남·비노에프앤비).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김진표 소믈리에(비노파라다이스 한남·비노에프앤비)

 

김진표 소믈리에는 비노파라다이스 한남과 비노에프앤비 소속으로 결선에 진출했습니다. 비노파라다이스는 이번 대회 후원사로도 참여하는 와인 수입사로, 수입사 현장에서 다양한 와인을 폭넓게 경험해 온 강점을 결선 무대에서 얼마나 발휘할지 주목됩니다. 김진표 소믈리에는 “준비해 온 만큼 차분하게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목표한 결과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습니다.

 

문은호 소믈리에(르도헤).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문은호 소믈리에(르도헤)

 

문은호 소믈리에는 결선 진출자 가운데 유일하게 부산에서 활동하는 소믈리에입니다. 소속 레스토랑 르도헤(Le Dorer)는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바다 전망을 품은 코리안 컨템퍼러리 레스토랑입니다. 올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 2026’에서 새롭게 1스타를 받았고 김창욱 셰프는 ‘영 셰프 어워드’를 수상했습니다. 다양한 빈티지와 품종을 갖춘 와인 셀러와 두 가지 와인 페어링 코스로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문은호 소믈리에는 “부산을 빛내는 소믈리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전했습니다.

 

이해창 소믈리에(솔밤).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이해창 소믈리에(솔밤)

 

이해창 소믈리에가 속한 솔밤은 국내 손꼽히는 ‘소믈리에 강자’ 업장입니다. 고동연 헤드 소믈리에가 2021년 국제소믈리에협회(ASI) 디플로마 골드를 취득하고 2023년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 주최 제19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국가대표 부문에서 우승했습니다. 박현빈 소믈리에 역시 2024년 ASI 디플로마 골드를 따냈습니다. 쟁쟁한 선배들의 뒤를 이어 이해창 소믈리에가 솔밤의 우승 계보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립니다. 이해창 소믈리에는 “이번 대회 결선을 통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서비스들의 결실과 지금 제 위치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박힘찬 소믈리에(무궁화·더그랜드롯데 서울).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박힘찬 소믈리에(무궁화·더그랜드롯데 서울)

 

박힘찬 소믈리에는 더그랜드롯데 서울의 한식 레스토랑 무궁화 소속으로 결선 진출자 가운데 유일한 호텔 소믈리에입니다. 더그랜드롯데 서울은 지난 8월 롯데호텔 서울이 개관 47년 만에 하이엔드 브랜드로 새 단장하며 바꾼 이름입니다. 롯데호텔앤리조트 소속 소믈리에들은 지난해 제21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금상과 동상, 국제 영 소믈리에 대회 한국 대표 선발 부문 우승을 휩쓸며 국내 단일 호텔 브랜드 최초로 3관왕에 오른 바 있습니다. 7위로 막차를 탔지만 결선은 예선 점수와 무관한 실전 무대인 만큼 반전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박힘찬 소믈리에는 “결선까지 온 만큼 후회 없이, 제가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홍경의(라빈 리커스토어 어드바이저).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홍경의(라빈 리커스토어 어드바이저)

 

어드바이저 부문 1위를 차지한 홍경의씨는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고, 앞으로도 와인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을 갖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와인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상준 한국소믈리에협회 회장(대한한공)과 2025년 대회 우승자 배성민 소믈리에(알라프리마).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지난해 결선엔 어떤 문제가

 

결선 무대는 예선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어진 시간 안에 지식과 감각, 서비스 능력을 모두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결선에서는 배성민 소믈리에(알라프리마)가 영예의 우승을 차지했는데, 모두 관문 5개를 통과해야 했습니다.

 

첫 번째 관문은 와인 리스트 페어링입니다. 해산물과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감자 그라탕 도피누아즈 등 8가지 코스 메뉴를 보고 스파클링 18종, 화이트 18종, 레드 24종 등 와인 60종의 리스트에서 총예산 100만원 안에 어울리는 스파클링과 화이트, 레드 와인을 1종씩 골라 설명해야 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불과 1분 30초였습니다.

 

두 번째 관문은 브리딩과 서비스로 무대 위 게스트 4명에게 직접 와인을 서비스하는 실전 문제입니다. 팀장의 진급을 축하하는 회식 자리라는 상황이 주어졌고 칠레 에라주리즈 돈 막시미아노(Errazuriz Don Maximiano) 2021을 서브해야 했습니다.

 

2025년 대회 예선 블라인트 테이스팅 와인.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세 번째 관문은 돌발 상황 대처 능력 평가입니다. 서비스 도중 동료 1명이 레드 와인을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며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요청하는 상황으로, 이탈리아 가야 비스타마레(Gaja Vistamare) 2023이 사용됐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관문은 손님 환대와 주문 와인 확인, 기물 준비, 글라스 세팅, 서비스 순서까지 평가했으며 모두 5분 안에 마쳐야 했습니다.

 

2025년 대회 본선 블라인트 테이스팅 와인.  한국소믈리에협회 제공

네 번째 관문은 ‘지옥의 코스’로 불린 블라인드 테이스팅입니다. 로랑 페리에 라 뀌베 브뤼 NV부터 상세르, 파소 로블스 샤도네이, 루씨용, 물랭 아 방까지 와인 8종의 나라와 지역, 품종, 빈티지를 단 2분 30초 안에 답해야 했고 전체 평가 중 배점이 가장 높았습니다.

 

다섯 번째 관문은 와인 리스트 오류 찾기입니다. 와인 17종 가운데 잘못된 정보 3개를 찾아내고 오래된 샴페인 하우스를 순서대로 나열하는 문제로 주어진 시간은 단 1분이었습니다. 떼땅저 꽁뜨 드 샹파뉴의 생산지를 에페르네로 표기한 오류, 테를란 게뷔르츠트라미너의 산지를 프리울리로 적은 오류, 샤토 무통 로칠드의 1등급 승격 연도를 1973년이 아닌 1972년으로 쓴 오류가 정답이었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아르메니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