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로운 ‘가을의 전설’(Fall Classic)이 시작된다. 치열했던 페넌트레이스를 마친 2026 프로야구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정규시즌 4위 LG와 5위 두산의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을 시작으로 포스트시즌에 돌입해 진하게 물드는 단풍만큼 강렬한 승부를 펼친다.
시작 대진부터 의미가 남다르다. 잠실 ‘한 지붕 라이벌’인 LG와 두산이 올해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홈구장에서 벌이는 마지막 가을야구이기 때문이다. 이번 WC에서 지는 팀이 먼저 잠실구장과 작별하게 된다는 점에서 두 팀이 자존심을 걸고 물러서지 않은 뜨거운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여기서 승리하는 팀은 3위 KIA와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에서 맞붙는다.
두 팀이 포스트시즌에 맞붙는 것은 1993년과 1998년(이상 준PO), 2000년과 2013년(이상 PO), 2020년과 2021년(이상 준PO)에 이어 5년 만이자 7번째로 WC에서 일합을 겨루기는 처음이다. 1993년과 1998년에는 LG가 이겼지만, 이후 4번은 두산이 모두 상위 라운드 출전권을 손에 쥐며 가을야구에서는 더 강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LG가 11승1무4패로 두산을 압도했다. 더군다나 LG는 이 경기에서 비기거나 이기면 준PO에 진출하지만 두산은 최대 두 경기로 열리는 WC에서 모두 이겨야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이렇게 4위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기에 2015년 WC가 처음 도입된 후 지난해까지 총 11차례 WC 가운데 5위 팀이 준PO에 진출한 것은 2024년 KT가 유일할 정도다. 공교롭게도 당시 4위 팀은 두산이었다.
다만 현재 분위기는 LG가 좋다고 하기 쉽지 않다. 리그 최종일까지 3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력을 쏟아부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면서 사기가 꺾였다. 특히 LG는 투수진에 심각한 피로라는 후유증이 남아 있다. 핵심 불펜인 아시아 쿼터 좌완 투수 존 케네디도 6일 동안 4차례나 등판해 지쳤다. 무엇보다 목에 담 증세로 최종전인 12일 KIA전에 등판하지 못했던 손주영이 WC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은 뼈아프다. 여기에 3년 만에 팀에 복귀해 불펜에서 맹활약한 고우석은 뒤늦게 팀에 합류한 탓에 포스트시즌에 출전할 수 없다. 또한 핵심 불펜 김진성과 좌완 선발 송승기는 팔꿈치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발됐다. 왼쪽 무릎 내측 인대를 다친 내야수 오지환은 수비가 어려워 대타 요원 등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두산은 5위를 일찌감치 확정 짓고 마지막 순위싸움이라는 ‘희망 고문’에서 일찍 해방된 덕에 여유 있게 WC를 준비해 왔다. 두산은 주축 투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는 등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LG는 카를로스 카라스코를 WC 1차전 선발 투수로 예고했고, 두산은 예상대로 에이스 곽빈이 출격한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8월 LG 유니폼을 입은 카라스코는 정규시즌 11경기 6승3패, 평균자책점 4.05를 남겼다. 빅리그 통산 112승으로 KBO리그에서 뛴 외국인 선수 가운데 역대 가장 많은 승리를 거뒀던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도 3경기에 등판, 평균자책점 3.86을 남긴 바 있다. 특히 카라스코는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두산전에서 7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며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다만 카라스코는 9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나흘만 쉬고 등판한다는 점이 걸린다. 롯데전 투구 수는 85구로 많지 않았지만, 최근 체력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두산은 올해 11승7패의 성적에 평균자책점(2.24) 탈삼진(197개) 등 투수 2관왕에 오른 곽빈을 일찌감치 1차전 선발로 낙점했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투수로 꼽히는 곽빈은 6일 롯데전 이후 7일 휴식 후 등판해 힘도 넘친다. 지난해까지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대만과 1차전과 일본과 결승전 호투를 펼쳐 심장이 단단해졌음을 보여줬다.
여기에 두산은 올 시즌 14승을 거둔 최민석도 7일 LG전 등판이 마지막이고 웨스 벤자민과 잭 로그 등 두 외국인 선수도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잭 로그는 5일 삼성전에 선발 등판했고 12일 롯데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을 던지며 최종 점검을 마쳤다. 벤자민은 4일 삼성전 이후 관리에 들어갔다. 이렇게 힘이 넘치는 투수진을 앞세워 물량 공세로 LG를 몰아붙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