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디젤 수출 제한을 일시적으로 완화한 이른바 ‘경유딜’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한 데 대해 초당적 비판이 확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에너지 대금으로 2500억달러를 지불했지만 가짜뉴스 언론은 이를 다루려 하지 않는다”며 “나는 미국 국민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했다. 언제나 미국 우선주의!”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500억달러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의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액에 대한 추정치로 풀이된다. 이는 러시아와 똑같은 논리의 주장이며, EU가 이중잣대로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6개월 동안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일부 디젤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제한을 완화하기로 러시아와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로 급등한 디젤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생산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합의가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비판이 연일 초당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 공화당 의원 4명을 포함한 상원의원 7명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계속 살해하는 동안 미국이 푸틴에게 재정적 생명줄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마이클 매콜 공화당 하원의원도 “디젤 가격을 낮추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러시아산 석유 제재 해제가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자금을 제공해 더 많은 폭력과 파괴를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 국가들의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EU와 영국 등은 ‘경유딜’ 발표 이후 오히려 러시아 제재 강화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프랑스 해군은 이날 러시아의 석유 제재를 피하기 위해 비밀리에 운용하는 선박인 이른바 ‘그림자 함대’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프랑스는 세계 어디에 있든 이른바 ‘그림자 함대’에 맞서 싸우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산 디젤 제한 완화 조치가 디젤 가격 인하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유가 안정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무색하게 국제유가는 연일 상승 중이다. 이날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2% 상승해 배럴당 108달러에 육박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2% 넘게 올라 배럴당 약 94달러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중동의 핵심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공습이 연일 이어지면서 유가 상승 압박은 더 거세지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날 저녁 또다시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연합군에 의해 요격됐다. 후티 반군은 리야드 국제공항을 겨냥한 탄도미사일 공격을 확인하면서, 사우디 전역의 공항 이용을 중단할 것을 재차 경고했다. 최근 후티 반군의 공습은 격화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 14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이어진 11일 공격에서도 1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에 이스라엘도 예멘 내전 개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개입을 위해 미국의 중재를 거쳐 사우디의 허가를 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나, 사우디는 여론 악화 부담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