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슈퍼마켓 냉장고 ‘식품 테러’ 해킹에 발칵

제어 소프트웨어 사이버 공격
온도 50도까지 올려 식품 손실
카르푸 등 매장 400여곳 피해
러 배후 가능성… 유럽 공조 수사

프랑스에서 해커들이 슈퍼마켓 냉장고의 온도를 50도까지 올리는 ‘식품 테러’ 사건을 일으켰다. 이들은 구형 제어 소프트웨어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사이버 공격을 펼쳐 매장 수백 곳에 피해를 입혔다. 프랑스 당국은 배후를 밝히기 위한 수사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검찰청은 이날 “프랑스 전역의 여러 식품 소매점의 연결된 냉장고에 대한 ‘대규모 공격’으로 식품 손실과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텅 빈 식품 냉장고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네베즈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텅 빈 신선식품 냉장고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대형마트 냉장고 온도를 최고 50도까지 올리는 사이버 공격이 발생해 주요 식품 유통업체 수백 곳이 피해를 봤다. 네베즈=AFP연합뉴스

이들은 냉장·냉동고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에 접근해 온도를 올리는 방식의 사이버 공격으로 소매점에 피해를 입힌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통신은 “매장의 냉장·냉동고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는 인터넷을 통해 유지보수 업체가 어디서든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으로 프랑스 최대 대형마트 체인인 ‘카르푸’는 80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약 490개 매장을 운영하는 슈퍼마켓 체인 ‘모노프릭스’는 전체 매장의 5%가 공격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FP는 주요 유통업체 400곳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 코오페라티브U의 도미니크 셸셰르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에 “프랑스 국민의 식량 공급에 필수인 장비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극히 엄중하고 전례 없는 일”이라고 적었다.

프랑스 총리실은 국가 사이버보안국(ANSSI)에 조사를 지시했으며, 다른 국가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유럽 각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사이버 보안업체 ‘세코이아’의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스페인, 포르투갈, 폴란드, 독일, 벨기에도 (공격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덴마크 업체인 ‘단포스’가 공급한 소프트웨어의 냉장 제어 시스템이 공격 표적이 됐다고 보도했다. 단포스 측은 사고를 인지했다고 밝히며 “해당 장치들은 구형 소프트웨어를 실행 중이었으며, 자사는 시스템을 최신으로 업데이트하도록 고객에 오랫동안 권고해 왔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프 한센 유럽연합(EU) 농업·식품 담당 집행위원은 엑스를 통해 “식품 안전은 모든 차원에서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식품을 악용하는 행위가 이제 현실이 됐다”고 이번 공격을 규탄했다.

이번 공격의 배후는 조사 중이나, AFP통신은 러시아의 소행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AFP통신은 “(이번 사건은) 악의적인 세력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발생했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에서 국가의 핵심 기반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지시한 바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