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품은 힙합… 가사에 새긴 래퍼들 [탐사기획-한국힙합 홍대에서 BTS까지]

배수정 ‘부산’ 히피쿤다 ‘창동’
가리온 ‘옛이야기’ 홍대 담아

힙합은 태어날 때부터 지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장르다. 1973년 8월11일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동네 파티에서 시작된 힙합은 퀸스와 브루클린, 로스앤젤레스 인근 콤프턴 같은 동네 이름을 앞세우며 자랐다. 래퍼들은 랩을 시작할 때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부터 밝히곤 한다.

MC메타
히피쿤다

힙합의 영향을 받은 한국 대중음악에서도 지역은 단골 소재다. 가수 싸이(박재상·49)의 ‘강남스타일’(2012)은 서울의 한 자치구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방탄소년단(BTS)은 ‘Ma city’(나의 도시·2015)에서 멤버들이 각자의 고향인 일산·대구·부산·광주를 노래했다.

배수정

국내 래퍼들도 자신이 사는 곳과 고향을 가사에 담아 왔다. 1세대 힙합 그룹 가리온은 첫 앨범(2004)에 실린 ‘옛이야기’에서 “홍대에서 신촌까지 깔아놓은 힙합리듬”이라는 가사로 언더그라운드(방송·대형 기획사 밖에서 활동하는 음악 영역) 힙합의 무대를 그렸다. 지난해 첫 정규앨범을 낸 래퍼 히피쿤다(김지호·27)는 ‘돌아가야만 해 창동에’에서 고향인 서울 도봉구 창동을 노래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창동은 외롭고 고립된 곳이었지만 돌아보면 자신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동네라고 했다. 부산 래퍼 배수정(32)은 ‘블루 다이브’에서 푸른 바다의 이미지로 부산의 정서를 풀어냈다.

정상수
감귤서리단

지역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장치는 사투리다. 대구 출신인 가리온의 MC메타(이재현·55)는 2011년 DJ렉스(최재화·52)와 함께 낸 ‘무까끼하이’(무식하게)의 랩을 모두 경상도 사투리로 썼다. 이 곡은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노래상을 받았다. 사투리가 아니어도 지역을 앞세운 노래는 이어진다. 부산 출신 래퍼 정상수(42)는 ‘부산을 대표해’(2015)라는 곡을 냈다. 제주 출신 뮤지션들이 모인 감귤서리단은 2023년 데뷔해 감귤을 소재로 한 자작곡을 선보인다. 서울로 거점을 옮긴 래퍼든 지역에 남은 래퍼든, 자신이 자란 동네를 가사에 새기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