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실용적 국익 외교’를 재차 강조한 것은 한·미동맹을 외교의 기본축으로 두되 동맹국과 모든 현안에서 이해가 일치해야 한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미 정보협력과 통상 등 실제 이견이 드러난 사안은 협상과 조정으로 관리하고, 그만큼 북·미 대화와 남북관계, 중국·러시아를 상대로 한국이 움직일 외교 공간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자주파냐 동맹파냐’는 식의 양자택일 대신 사안마다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외교 기조를 보다 분명히 한 셈이다.
◆동맹 ‘축’으로 이견 조정하며 국익 협상
이 대통령 발언은 한·미 간 불편한 현안이 잇따라 표면화한 시점에 나왔다. 대북 정보공유 문제를 놓고 미국 측이 우려를 제기한 뒤 양국 정보당국 간 협의가 진행됐지만 강경화 주미대사는 미측의 우려가 기대만큼 충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동맹 자체의 균열로 볼 상황은 아니지만 양국 간 시각차가 실제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북미·남북, 中·러… 한국 외교공간 확보
이런 기조는 한반도 문제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남측과의 직접 대화에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북·미 대화가 남북대화보다 먼저 진행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북·미가 먼저 마주 앉는 것 자체를 한국의 ‘패싱’으로 볼 게 아니라 북·미 관계 진전을 이후 남북대화와 한반도 현안 논의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북·미 간 직접 협상이 현실화하면 정부는 미국과 공조하면서도 한국의 역할을 확보해야 한다. 북·미 협상 결과를 전달받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 남북관계 복원으로 이어질 통로를 만드는 것이 과제다. 한·미동맹을 기본축으로 유지하면서도 현안마다 한국의 판단과 역할을 확보해야 한다는 국익외교가 대북정책에서도 적용되는 셈이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단순한 거리두기보다 필요한 관계는 관리하겠다는 방향이 읽힌다. 중국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국인 동시에 경제·공급망에서 한국과 이해가 깊게 얽혀 있다. 러시아는 북한과의 군사·외교 밀착으로 안보상 부담을 키우고 있지만 한국의 국익이 걸린 사안에서는 외교 채널 자체를 닫을 수 없는 상대다. 이 대통령이 러시아 관계를 언급하며 “결국 마지막 남는 것은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들”이라고 한 것도 이런 판단과 맞닿아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에서 기계적으로 같은 거리를 두겠다는 ‘균형외교’와는 다르다. 한·미동맹을 외교의 축으로 유지하면서도 동맹국과의 이견은 협상하고, 중국·러시아와도 필요한 접점은 관리하는 방식이다. ‘자주냐 동맹이냐’는 선택보다 각각의 현안에서 무엇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번 메시지는 국내 정치 상황과도 맞물린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과 한·미 정보협력 문제를 고리로 야권의 외교·안보 공세가 거세진 가운데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달 대국민 기자회견 이후 반등했다가 최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도 국익이 충돌하는 사안에서는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낸 셈이다.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렸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굴종과 사대는 이 대통령이 하고 있다”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해임을 요구했고,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미국이 좀 이상해졌다는 말로 변명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한·미 간 국익이 충돌하는 현안을 조정하는 것이 외교의 역할이라며 ‘동맹 균열론’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