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시 덮친 중국발 반도체 쇼크… 초격차 속도 내야

중국발 반도체 쇼크가 국내 증시를 덮쳤다. 어제 코스피는 5거래일 연속 내리며 장중 6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팔자가 팔자를 부르는 투매가 쏟아졌고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되는 ‘매도 사이드카’도 2개월 만에 발동됐다. 증시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때 8∼11% 넘게 폭락했다. 이번 ‘검은 화요일’은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기술혁신 소식에서 촉발됐다. CXMT가 연내 차세대 D램(서버용 DDR5) 제품 출시계획을 공개하면서 중국발 공급 확대로 글로벌 메모리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중국의 반도체 공세는 일시적인 증시 악재에 그치지 않는다. CXMT의 신제품 출시가 현실화할 경우 기술 상용화에서 국내 기업보다 2년 앞선다고 한다. 중국은 이미 범용 D램시장을 파고들어 세계 시장의 10% 안팎을 차지하며 국내 기업의 점유율과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이제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까지 넘보며 한국의 메모리 패권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어 머뭇거리다간 시장을 빼앗긴다”고 걱정했다.



그나마 우리가 우위를 보이는 메모리 반도체까지 중국에 추월당하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반도체와 자동차를 뺀 산업부문의 수출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반도체를 뺀 산업의 경쟁력도 정체 혹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성장률이 1990년대 초부터 5년마다 약 1%포인트씩 하락했다며 이 추세라면 2030년부터 역성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했다.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도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며 수년 내 반도체 사이클이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착시에 빠져 흥청망청하다가 한국경제가 진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비상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발등의 불은 중국의 반도체 공세를 막아내고 초격차 기술우위를 유지하는 일이다. 기업들은 초고성능 메모리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차세대 기술혁신에 사활을 걸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반도체는 개별기업을 넘어 국가대항전으로 변한 지 오래다. 정부와 정치권도 ‘주52시간제’와 같은 반기업 규제와 정책을 서둘러 혁파하고 첨단 인재 양성과 전력·용수 등 인프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