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등 고금리 장기화도 부담 이달초 종가 7000피 회복에도 낙폭 ↑ “외국인 수급 환경 변화 필요” 진단
코스피가 13일 장중 6000선까지 무너지며 급락한 것은 반도체 업황 우려가 지속하는 데다 원화 강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짙어진 대외 불확실성이 수급 악화를 부추기며 시장의 충격을 키웠다.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와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에 전 거래일보다 5.46% 내린 6035.35에 장을 마쳤다. 오전에 매도사이드카가 발동되고 장중 5900대까지 내려갔다가 6000선을 겨우 지켰다. 허정호 선임기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종가(6035.3)는 지난 7월30일(5593.56) 이후 최저치다. 이달 2일 종가 기준 ‘칠천피’를 회복했지만 이후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한 영향이다. 특히 지수 낙폭은 6일 -0.89%, 7일 -1.98%, 8일 -2.62%, 12일 -3.65% 등으로 갈수록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하락장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반도체 주도주의 악재와 대외 불안 요인이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실적 발표 당일부터 주가가 하락하는 ‘셀온’(호재 속 가격 하락) 조정을 겪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연내 차세대 서버용 D램을 선보일 것이라는 소식도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미국 국채금리 등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 역시 부담이다.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른 원화 가치 역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반기 들어 달러나 엔화 등에 비해 원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외국인의 환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했다는 진단이다.
iM증권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가치가 경쟁국 통화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데다 변동성까지 커진 것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의 하단을 방어해 주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수급 공백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외국인의 기록적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수급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에서 이미 약 200조원을 순매도했고 이달 들어서도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외국인의 수급 변화, 미국 장기금리와 국내 할인율, 내년도 반도체 이익 추정치 유지 또는 상향이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매도 압력이 점차 잦아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관건은 외국인 매도 자체보다는 이를 상쇄해 줄 국내 주식 수요 기반이 있느냐”며 “변동성 높은 국내 증시 특성상 외국인 매도를 다 피하기는 어렵지만 조만간 ‘더 거칠어지지 않는 시점’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