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으로서는 처음 국정감사 무대에 오른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여야의 집중포화를 맞으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6선 의원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추 지사를 두고 여야 의원들은 취임 후 100일간 민생보다 중앙정치 이슈에 과도하게 몰입했다는 비판과 함께 ‘재정 비상’ 선언의 적절성을 도마 위에 올렸다.
13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추 지사의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문제 삼았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 후보자 지명을 둘러싸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왔다며 포문을 열었다.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취임 100일이 지났지만 지사의 SNS에는 저출생이나 복지 등 도민의 삶을 챙기는 단어보다 저격 글이 빈번하다”며 “1400만 도민이 맡긴 살림을 내팽개치고 중앙정치판을 기웃거린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같은 당 서명옥 의원 역시 중수청장 임명 지연 사태에 대한 추 지사의 책임을 물었다.
이에 추 지사는 “주말이나 퇴근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도리와 책임을 다하고자 개인적 의견을 피력했을 뿐, 도정에는 한 치의 소홀함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추 지사는 오후 질의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묻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김 후보자는 친윤(친윤석열) 검사일 뿐 아니라 공직자로서 그 자리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며 소신을 꺾지 않았다. 이어 같은 당 강명구 의원과 설전을 벌이며 “(내일 김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잘하고 싶으면 저를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맞받아쳤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추 지사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랐다. 민주당 이광희 의원은 도가 시·군 보조사업 예산을 사전 협의 없이 삭감 통보한 점을 짚으며 “소통 없는 일방 독주”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채현일 의원도 “갑작스러운 재정 비상선언으로 도민들이 혼란을 겪었다”며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SNS에 ‘호의호식 고관대작’을 언급하며 서민 복지예산 삭감을 비판한 글을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대통령의 저격이 억울하지 않으냐”고 묻자 추 지사는 “나를 겨냥한 글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추 지사는 “나 역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고 사치하며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다”며 “언론의 숱한 오해 속에 사는 건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감에선 재정 비상의 타당성과 인사 지연, 12억원대 관사 마련을 둘러싼 파상 공세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재정 난맥상의 원인으로 이 대통령 등 민주당 소속 전임 지사들의 선심성 정책을 꼽았다.
야당의 맹공에 일부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까지 합세하며 내부 비판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채 의원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경기도의 올해 2분기 채무 비율은 13.71%로 정부 기준 위기 단계가 아니었다. 비상선언으로 도민과 당 모두 당혹스럽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해식 의원은 간부 공무원 인사 지연을 놓고 “직원들 가슴에 불을 댕겨 줘야 하는데, 지금은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설전을 벌였다. 이어 경기도 재정 문제 타개를 위한 법인세 5%의 광역지방세 이양 주장에 대해 “다른 시도에 피해를 가져오게 돼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이에 추 지사는 전임 도정의 구조적 방치를 지적하며 배수진을 쳤다. 그는 “민선 7·8기를 거치며 쌓인 채무가 총 7조5000억원에 달하고, 취득세 수입은 급감했다”며 “이자를 매일 수억원씩 물어야 하는 상황이 위기가 아니라는 판단은 각자에 맡기겠다”고 일축했다.
호화 관사 및 관용차 교체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재정 위기를 말하며 12억원대 고액 관사와 고가 관용차를 마련한 건 내로남불”이라고 추궁했다. 추 지사는 “관사는 전세계약이라 종료 후 반환되고 가족과 함께 산다”며 “관용차 역시 내구연한이 지나 전임 지사 때 결정된 친환경차로 교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