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3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에 장중 6000선이 무너졌다. 반도체 업황 우려가 지속하는 데다 원화 강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짙어진 대외 불확실성이 수급 악화를 부추기며 시장의 충격을 키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장 대비 348.89포인트(5.46%) 내린 6035.35에 장을 마쳤다. 이달 6일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하락폭은 8월19일(-5.80%) 이후 가장 컸다. 지수는 전장 대비 3.10% 하락 출발해 장중 5911.11(-7.41%)까지 떨어졌고, 약 두 달 만에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했다. 급락세가 이어지며 한국형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날보다 19.15% 급등했고, 코스피 시가총액도 두 달여 만에 50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외국인 순매도 200조 돌파
외국인은 이날도 약 4조5800억원어치를 홀로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기록한 순매도 규모는 200조원을 넘어섰다. 개인과 기관은 이날 2조3200억원, 1조6700억원어치 각각 매수 우위를 보였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가 전 거래일 대비 7.39% 하락한 23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도 10.09% 급락한 144만3000원까지 밀려나며 두 종목 모두 5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각각 전날 대비 20.10∼20.65%와 14.25∼16.63% 급락 마감했고 이날 상장 이후 최저가까지 주가가 내려갔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12.16포인트(1.43%) 내린 837.03으로 마감했다.
이번 하락장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반도체 주도주의 악재와 대외 불안 요인이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실적 발표 당일부터 주가가 하락하는 ‘셀온’(호재 속 가격 하락) 조정을 겪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연내 차세대 서버용 D램을 선보일 것이라는 소식도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미 국채금리 등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 역시 부담이다.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른 원화 가치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하반기 들어 달러나 엔화 등에 비해 원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외국인의 환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했다는 진단이다. 증시 하단을 방어하던 ‘삼전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수급 공백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약세장에 ‘빚투’는 증가
외국인의 기록적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수급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에서 이미 약 200조원을 순매도했고 이달 들어서도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외국인의 수급 변화, 미국 장기금리와 국내 할인율, 내년도 반도체 이익 추정치 유지 또는 상향이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매도 압력이 잦아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관건은 외국인 매도 자체보다는 이를 상쇄해 줄 국내 주식 수요 기반이 있느냐”며 “변동성 높은 국내 증시 특성상 외국인 매도를 다 피하기는 어렵지만 조만간 ‘더 거칠어지지 않는 시점’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 약세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융자거래는 다시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빚투’ 지표로 여겨지는 이 거래 잔고는 12일 기준 34조2886억원을 기록해 7월15일(34조3701억원) 이후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