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지켜지는 골든타임은 없다 [김태정의 진료실은 오늘도 맑음]

응급실 근무에는 늘 긴장이 따라온다. 응급환자가 언제 응급실 문을 열고 들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응급실에서 ‘급성 뇌졸중 의심 환자가 도착했다’는 알람이 파워텔에 울리는 순간 모든 일은 멈춘다. 그때부터는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시간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환자의 증상이 언제 시작됐는지, 마지막으로 정상 상태였던 시점은 언제인지, 기저질환은 무엇인지,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작업이 시작된다. 동시에 신경학적 진찰을 시행해 환자의 증상이 실제 뇌졸중에 의한 것인지, 어느 부위의 뇌혈관이 문제인지, 중증도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평가작업도 이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 과정과 거의 동시에 환자는 CT 검사실로 이동한다. 검사를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하며 뇌출혈인지 뇌경색인지를 판단하고, 큰 뇌혈관이 막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만약 뇌경색으로 판단되고 정맥 내 혈전용해술 적응증에 해당하면 즉시 혈전용해제를 투여한다. 혹은 큰 혈관 폐색이 확인되면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위해 시술팀에 연락한다. 환자에게 혈전용해제가 투여된 이후에는 두통이나 출혈과 같은 합병증 발생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혈전제거술이 결정된다면 혈관조영실로 이동해 시술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모든 시술이 끝난 후에는 다시 뇌졸중 집중치료실이나 중환자실로 이동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이후 치료 계획을 정리한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3~4시간. 혈전용해술이나 혈전제거술까지 가지 않더라도 응급실에서 환자를 평가하고 CT, MRI 영상검사를 확인한 뒤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만 최소 2시간 이상이 걸린다. 그동안 다른 외래 업무와 병동 업무를 병행하기는 어렵다.

응급실에는 뇌졸중 외에도 심근경색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수많은 배후진료과 의료진이 있다. 뇌졸중을 담당하는 신경과, 뇌혈관 수술을 담당하는 신경외과, 중증외상 환자를 담당하는 외과,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담당하는 순환기내과, 대동맥박리 등 수술을 하는 흉부외과 등이 그들이다. 현재의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는 주축인 셈이다.

응급실은 병원의 최전선이지만, 실제 중증응급환자 치료는 응급실 뒤편에서 대기하는 여러 전문과 의료진의 협력으로 완성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초기 평가를 시행한 뒤 신경과에 협진을 요청하면 이후 진단과 치료의 대부분은 신경과 의료진이 맡게 된다. 그러나 현재 수가 체계는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응급실 진료비에는 응급의료관리료와 응급의학과 전문의 진찰료, 검사, 치료 비용 등이 포함되지만 배후진료를 담당하는 전문과에는 별도의 응급진료 수가가 없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수가로 인한 부작용은 현실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를 선택하는 젊은 의사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뇌졸중을 전공하는 전문의 수도 감소하고 있다. 과중한 업무 부담과 낮은 보상은 전공의와 전문의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24시간 뇌졸중 진료 체계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배후진료과 인력이 줄어들면서 시스템이 흔들린다면 그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응급실 문만 열어 두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응급실에서 중증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배후진료과에 대한 적절한 수가 보상은 특정 진료과를 위한 혜택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투자다. 골든타임은 결코 공짜로 지켜지지 않는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