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슈퍼스타’들이 즐비한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서도 딱 한 명을 꼽으라면 아무도 이견이 없을 듯 하다. 오타니 쇼헤이(32).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다. 괴물들이 득실대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타자로는 전인미답의 영역이었던 50홈런-50도루를 달성해냈고, 투수로는 100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뿌릴 수 있는 ‘이도류’다.
2023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은 오타니는 10년 7억달러(약 1조원)이라는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역대 최고계약을 맺고 다저스로 둥지를 옮겼다. 다저스는 오타니를 영입한 2024시즌부터 월드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고, 올 시즌에는 1998~2000년의 뉴욕 양키스 이후 최초로 월드시리즈 3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데, 오타니의 최근 모습이 심상치 않다. 부상으로 인해 올 시즌엔 투수를 접었다지만, 타석에서는 홈런을 뻥뻥 때려내고 누상을 빠르게 누벼야 할 오타니지만, 다저스 타선의 구멍이 된 지 오래다.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승제)에서 밀워키 원정에서 치러진 1,2차전을 모두 내주며 위기에 빠진 다저스가 홈인 다저스타디움으로 옮겨 15일 치러지는 3차전에서는 오타니를 선발 라인업에서 뺄 것이라는 예상이 미국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올 가을은 오타니에겐 ‘잔혹한 가을’이 되는 모양새다.
미국의 전문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은 13일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 4선승제) 3차전에서 오타니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제 아무리 슈퍼스타를 다수 보유한 다저스라도 비상이다. 밀워키 원정에서 2패를 당했으니. 게다가 밀워키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다저스를 제치고 103승으로 MLB 통틀어 최다승을 거둔 팀이다. 게다가 원정 승률도 48승33패로 다저스(49승32패)에 이어 2위다. 어쩌면 다저스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3~5차전에서 올 시즌을 접을 가능성도 크다. 상황이 이러니 오타니를 벤치로 내리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다저스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다.
현재 오타니가 보여주는 타석에서의 모습은 일시적인 슬럼프 수준이 아니다. 오타니가 마지막으로 홈런을 때린 건 지난 8월18일 콜라라도 로키스전으로 거의 두 달 가까이 되어가고 있다. 그때 홈런 이후 오타니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합쳐 110타석 동안 홈런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오타니가 MLB에서 뛴 이후 최장 타석 무홈런 기록(104타석)을 넘어선 상황이다.
홈런만 안 나오고 단타나 볼넷을 잘 골라내면 그래도 쓸만하다. 근데, 그것도 아니다. 이번 포스트시즌 성적표는 타율 0.150(20타수 3안타) 0홈런 0타점이다. 득점만 2개 올렸을 뿐. 안타 3개도 단타에 불과했다. 삼진은 7개나 당할 정도로 선구안은 무너진 상태고, 볼넷은 고작 3개를 골라냈다. 더 이상 투수들이 오타니를 어렵게 상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OPS가 0.411에 불과하다. 평소라면 오타니의 출루율이 0.411은 넘는다.
이유는 부상 때문으로 보인다. 오타니는 6월부터 오른쪽 이두근 부상을 안고 뛰었고, 왼쪽 무릎에도 부상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7월까지는 항상 월간 OPS가 8할 중후반~10할 이상을 기록했으나 8월에 0.794로 떨어지더니 9월엔 0.566까지 하락했다.
항상 1번으로 나서던 타순도 조정받고 있다. 디비전시리즈 1,2차전에선 2번으로 나서다 3차전에 5번으로 내려앉았고, 4차전엔 4번에 기용됐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1,2차전에서 4번 타자로 나섰다. 로버츠 감독으로선 그래도 오타니니까 중심 타선에 배치했지만, 오타니는 팀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결국 로버츠 감독도 라인업 제외를 검토하고 있는 모양새다. 2차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분명 좋은 상황은 아니다. 오타니의 몸 상태도 좋지 않다”며 “그와 대화하면서 선수에게, 또 우리 팀에 무엇이 최선인지 알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오타니가 3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다면 지명타자 슬롯에는 ‘특급 유망주’ 호수에 데 파울라가 기용될 것이 유력해보인다. MLB 파이프라인 전체 4위 유망주인 파울라는 지난 9월 오타니가 부상자 명단에 오르자 더블A에서 MLB로 직행했다. 11경기에서 타율 0.323 1홈런 OPS 1.081을 기록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게다가 볼넷 11개를 골라내는 동안 당한 삼진이 5개에 불과할 정도로 선구안도 좋은 선수다. 출루율이 무려 0.500이었다. 다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불안한 외야수비로 인해 주전 라인업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대타로만 세 타석을 소화해 볼넷 2개를 골라냈다. ‘출루의 팀’ 밀워키를 상대로 기용하기엔 딱인 선수다.
과연 다저스가 슈퍼스타 중의 슈퍼스타인 오타니를 3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뺄까. 그만큼 다저스는 현재 벼랑 끝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