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과 매니저는 일로 얽힌 관계지만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기도 하다. 이직과 처우 문제, 분쟁 등으로 ‘갑과 을’의 계약서 너머 진심 어린 신뢰로 길게는 수십 년간 인생의 버팀목이 돼준 이들이 있다. 둘도 없는 사이로 남다른 유대감을 보여준 반효정, 솔비, 유병재와 이들 매니저의 동행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직장인 된 전 매니저에 “번호 바뀌었다” 먼저 연락한 반효정
최근 원로 배우 반효정(83)과 매니저 김수정씨는 배우 김영옥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20여년간 이어온 각별한 인연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반효정의 매니저로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으나, 약 1년 후 반효정이 회사와 헤어지면서 한때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끊어질 뻔한 인연은 반효정이 먼저 손을 내밀며 이어졌다. 그는 일반 직장을 다니던 김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수정아, 나 핸드폰 번호가 바뀌었어. 그러니까 이 번호 저장해 놔”라며 연락처를 건넸다.
이후 혼자 활동하던 반효정이 주말 지방 촬영 도움을 청했고, 김씨가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동행이 다시 시작됐다. 김 매니저는 “연락을 안 주셨으면 일을 같이 못할 뻔 했다”며 “잠깐 했던 매니저에게 번호 바뀌었다고 전화 주는 건 처음 봤다”고 회상했다. 개인 매니저로 출발한 김씨는 2024년 매니지먼트사 ‘기억컴퍼니’를 설립하고 반효정과 전속계약을 맺으며 대표이자 매니저로 인연을 굳건히 잇고 있다.
오랜 신뢰는 깊은 애정으로 이어졌다. 반효정은 “평생 살면서 이 친구한테만큼 이야기를 많이 해본 적이 없다”며 “솔직히 버림받을까 봐 불안하다”고 농담 섞인 진심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연예인들이 심리적인 기복이 심해 오래 같이 있기가 어려운데 이해하고 견뎌준 매니저의 인성 덕분에 그 세월이 지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김 매니저 역시 반효정에 대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굉장히 편안하게 해주는 분. 평범한 집에 계신 우리 어머니 같은 느낌”이라며 “선생님이 저를 마무리까지 안고 가주셨으면 한다”고 화답해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감동을 전했다.
◆기자 그만두고 매니저로…“최고의 친구이자 치료사” 솔비와 이미현씨
가수 겸 화가 솔비(본명 권지안)와 매니저 이미현씨의 인연도 남다르다. 11년 전 연예인과 기자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8년째 한 배를 타고 있다.
언론계에서 일하던 이 매니저는 2017년 솔비의 퍼포먼스 페인팅 ‘하이퍼리즘 레드’ 현장 취재를 계기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2024년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퍼포먼스를 보고)미디어가 해야 할 역할을 잘 수행하지 않은 모습에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했다”며 “이후 나도 모르게 다음 작품 준비를 돕고 있었고 기획자로 참여했다”고 전향 계기를 밝혔다.
이 매니저는 보도자료 작성부터 작품 촬영·보정, 영상 편집 등을 도맡으며 솔비가 설립한 1인 콘텐츠 기업 ‘지안캐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솔비 역시 이 매니저를 살뜰히 챙긴다. 그는 MBC라디오 FM4U ‘두시의 데이트 안영미입니다’에서 “일하는데 항상 친구랑 다니는 느낌이다. 친구가 최고의 심리치료사라는 말처럼 내 정서도 제일 잘 알고 있어 든든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궂은 일을 도맡는 이 매니저를 위해 마사지·피부과·건강검진 지원과 무제한 연차 등 파격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실제로 지안캐슬이라는 집을 지어 별채를 주고 꼭 같이 살면 좋겠다”는 꿈을 털어놓기도 했다.
두 사람의 유대감은 방송 중 눈물 어린 고백으로 이어졌다. 이 매니저는 “30대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많은 용기를 줘서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솔비도 “기자라는 좋은 커리어를 나라는 사람을 믿고 과감하게 포기한 너. 나와 동행해 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흘려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나의 유일한 자산”…군대에서부터 함께한 유병재와 매니저의 ‘동고동락’
군대에서의 인연을 18년째 이어오고 있는 방송인 유병재와 매니저 유규선씨의 서사는 한 편의 성장 드라마다. 선임과 후임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그 이후로 줄곧 동거해왔다. 유병재는 2023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떨어져 사는 게 잘 상상이 안 된다”며 “결혼해도 같이 살 것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함께 꿈을 키웠다. 유병재가 개그맨 시험에 낙방한 뒤 tvN ‘SNL 코리아’ 방송작가로 일을 시작했을 무렵, 유규선씨는 카타르 공사 현장의 작업반장과 보일러 수리공 등을 거치며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유병재의 제안으로 함께 방송작가의 길을 걷던 유씨는 혼자 활동하던 유병재의 업무를 돕기 시작하면서 매니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대형 기획사를 거친 두 사람은 2022 콘텐츠 기업 ‘블랙페이퍼’를 공동 창업하며 비즈니스 파트너로 도약했다. 대표직은 유 매니저가 맡고 있다. 과거 유병재는 유 매니저에게 자동차를 선물했고, 유 매니저는 이를 ‘목숨 같은 차’로 아끼고 있다.
유병재는 유규선씨를 만난 것을 인생의 큰 행운이라 꼽으며 “나의 유일한 자산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유 매니저 역시 “병재가 매니저라는 직업에 한계를 두지 않아 그 이상의 비전을 볼 수 있었다”며 “평생을 갚아도 부족한 고마움이 있어 병재와 더 오래 함께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청춘의 모든 굴곡을 함께 건너온 두 사람은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를 넘어 진정한 ‘영혼의 단짝’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