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영국에서 접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다만 치매 예방 효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연구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약국 프랜차이즈 부츠의 대상포진 백신 접종 예약은 최근 1년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다른 약국 프랜차이즈 슈퍼드러그에서도 예약이 41% 증가했다. 치매 예방에 대한 기대가 접종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기대의 배경에는 대상포진 예방접종과 치매 진단 위험 감소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영국 웨일스의 예방접종 정책을 활용해 백신의 영향을 분석했다. 생년월일에 따라 접종 대상 여부가 갈렸다는 점에 착안해 기준일 전후에 태어난 고령자들을 비교한 것이다. 연구진은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면 이후 7년간 새로 치매 진단을 받을 확률이 3.5%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효과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도 2024년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연구에서 신형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 접종자와 기존 백신 접종자의 건강기록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신형 백신 접종은 치매 진단 없이 지내는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것과 연관돼 있었다. 이후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진단 없이 지낸 기간이 평균 164일 더 길었다.
가디언은 일부 연구에서는 치매 예방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백신이 뇌를 보호한다면 어떤 경로로 작용하는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예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참가자를 무작위로 나눠 백신 접종 여부에 따른 차이를 비교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