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AI(인공지능) 투자 호황이 중동전쟁의 부정적인 영향을 압도하고 있지만, 물가에는 두 요인이 모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K자 양극화'를 경계하며 통화정책을 적절히 운용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 총재는 14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태국 방콕 연차총회와 연계해 열린 CNN '글로벌 퍼스펙티브스(Global Perspectives)' 패널 토론에서 "한국은 현재 가장 중요한 두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며 "하나는 AI와 대규모 투자 붐이고, 다른 하나는 정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중동 전쟁"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활동 측면에서는 두 가지 요인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AI 경제의 긍정적인 효과가 중동 전쟁의 부정적인 영향을 압도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두 가지 요인이 결합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 하방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대규모 AI 투자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답했다.
신 총재는 "전망 기관들은 2030년까지 내다보며, 앞으로 3∼4년 동안 1조 달러가 넘는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런 투자가 글로벌 무역을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양극화 현상에 대해서는 "실제로 한국은 K자형 경제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물가 상승이 저소득층에 가장 큰 타격을 준다는 사실"이라며 "이것이 물가를 낮춰야 하는 이유이며, 이를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올바르게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한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1990년대 후반에 겪은 금융위기의 경험에 대해 "DNA에 새겨져 있다"며 "그 경험이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을 바라보는 정책적 접근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이어 "과도한 레버리지, 즉 차입을 통한 투자와 과도한 위험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기 전에 이를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위험이 누적된 후에 뒤늦게 대응한다면, 이는 거품을 터뜨리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서는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장기 평균 수준에 해당하는 46이라고 밝히며 "상당히 안정적인 편"이라고 했다.
신 총재는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게 한은의 핵심 책무 중 하나기 때문에 이 지표를 상시로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안정 목표인 소비자물가 상승률 2%를 언급하며 "이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겠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