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에서 믿고 보는 ‘주연’으로…드라마 접수한 김유정·김소현

한글도 대본으로 배웠는데…5세 데뷔한 24년 차 배우 김유정
김소현, ‘남주 교체’ 악재 딛고 최우수연기자상까지

어린 시절 ‘국민 아역’으로 사랑받은 배우 김유정과 김소현이 혹독한 성장통을 이겨내고 드라마를 이끄는 당당한 주연 배우로 거듭났다. 조급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기보다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차근차근 내공을 쌓은 덕분이다. 대중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아역 이미지’를 완벽히 벗어던진 두 사람의 연기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0일 방영을 시작한 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속 이가경 역을 연기하는 배우 김유정과 지난 5일 첫방송된 ENA 드라마 ‘연애박사’에서 임유진 역을 맡은 배우 김소현. tvN, ENA 제공

 

◆ 조급함 대신 차근차근…김유정의 성인 배우 자리매김

 

2003년 TV 광고 모델로 데뷔한 배우 김유정은 지난 10일 방영을 시작한 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에서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밀정이 된 소매치기 이가경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5세에 데뷔해 어느덧 24년 차를 맞은 김유정은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에서 배우 한가인의 아역을 연기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영화 ‘우아한 거짓말’(2014)과 ‘비밀’(2015)에서 각각 학교폭력 가해자와 살인자의 딸이라는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해 캐릭터와 자신을 분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사춘기까지 맞물리면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방황도 뒤따랐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에서 어린 허연우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 유튜브 채널 ‘옛드’ 캡처

 

김유정은 지난해 11월 가수 정재형의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출연해 “캐릭터에 지나치게 동화돼 벗어나는 게 힘들었다”며 “16세 때부터 사춘기를 겪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한 달 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은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에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가야 하는 시기까지 겹쳐 고민은 깊어졌다. 고민 끝에 김유정은 조급하게 변신을 시도하기보다 밝은 캐릭터를 우선 선택해 차근차근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길을 택했다. 

 

김유정은 “의욕이 넘쳐 억지로 보여주려 하는 순간 다 무너질 것이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다”며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기존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넓혀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차근차근 세운 김유정의 전략은 빛을 발했다.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성인 연기자로 첫선을 보인 KBS 2TV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2016)이 최고 시청률 23.3%라는 성과를 냈다. 김유정은 그해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중편드라마 부문 여자 우수상과 상대 배우 박보검과 베스트 커플상까지 거머쥐며 당당히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김유정은 연기 도전은 계속됐다. 2023년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초연에서 1인 3역을 맡은 데 이어 SBS 드라마 ‘마이 데몬’(2023)으로 판타지 장르까지 넓혔다. 이후 티빙 오리지넛 시리즈 ‘친애하는 엑스(X)’(2025)에서 소시오패스 여배우 백아진 역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에서 어린 윤보경 역을 분한 배우 김소현. 유튜브 채널 ‘옛드’ 캡처

 

◆ 재능 의심했던 김소현, 연기력 내공으로 우뚝

 

배우 김소현도 김유정과 함께 성공적인 아역배우 출신으로 함께 꼽히는 배우 중 하나다. 김소현은 지난 5일 처음 방송한 ENA 드라마 ‘연애박사’에서 진로를 찾던 중 로봇공학 연구실에 발을 들인 임유진 역을 맡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김소현은 2008년 KBS 2TV 드라마 ‘전설의 고향’의 ‘아가야 청산가자’편의 연화 역을 맡으며 정식 데뷔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시작한 연기 생활이 처음부터 확신으로 가득했던 것은 아니었다.

 

2017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소현은 “처음 연기를 시작하고 2∼3년 동안은 연기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가족들이 재능도 없는 나 때문에 괜히 희생하는 것 같아 부담됐다”고 밝혔다.

 

전환점은 영화 ‘파괴된 사나이’(2010)였다. 당시 어린 나이로 소화하기 까다로운 캐릭터였음에도 밤을 지새우며 오디션 준비에 열정을 쏟았다. 특히 극 중 납치·구금된 인물에 몰입하기 위해 외출도 안 하고 밤에도 불을 켠 채 방 안에 갇혀 지내다시피 했다. 그 결과 500대 1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에 통과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다져진 연기 열정을 바탕으로 그는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과 ‘보고싶다’(2012) 등에서 아역으로 활약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특히 김소현은 단아한 인상과 한복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MBC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2017),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2019) 등 사극에서도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다.

 

KBS 2TV 드라마 ‘달이 뜨는 강’(2021)에서 평강과 연왕후 역을 맡아 1인 2역을 소화한 배우 김소현. 유튜브 채널 ‘KBS Drama’ 캡처

 

아역배우 출신이었던 김소현 역시 성인 연기자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고충을 겪었다. 연속된 활동으로 19∼20세 무렵 자신을 잃어가는 듯했던 그는 휴식을 통해 자신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오랜 휴식을 가진 만큼 김소현은 연기 활동에 다시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단단해진 내실은 결실로 이어졌다. 2021년 KBS 2TV 드라마 ‘달이 뜨는 강’ 방영 당시 남주인공이 바뀐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1인 2역을 흔들림 없이 연기해 제48회 한국방송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자상과 K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상을 연이어 품에 안았다. 이어 tvN 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2023)과 JTBC 드라마 ‘굿보이’(2025)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부터 액션까지 거침없이 소화해내며 연기력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