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산 46조 투자 '나비효과'… 선문대, 반도체 특성화 ‘S등급’

지방대학 특성화 선도대학 선정 평가점수 95점 이상 최고 등급
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학과 통합 2028년 전자공학부 신설
후공정·장비제어에 교육역량 집중 학생 전원 ‘FAB 실무교육’
삼성 온양사업장·충남 소부장 특화단지와 연계 지역인재 정착 선순환

삼성전자의 46조원 규모 반도체 후공정 투자가 추진되는 충남 아산에서 지역 대학도 반도체 산업에 맞춰 체질을 바꾼다. 선문대학교가 전자·반도체 분야 3개 학과를 하나로 통합하고 정원과 교육·실습시설을 집중해 충청권 반도체 후공정 인재 양성 거점 구축에 나섰다.

 

단순히 새로운 교육과정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학과와 정원을 재편하고 대학의 인적·물적 자원을 반도체 분야에 모으는 구조개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선문대 아산캠퍼스 전경.

선문대는 교육부의 ‘2026년 지방대학 특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 선정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아 사업 대상 대학으로 선정됐다고 14일 밝혔다. S등급은 평가점수 95점 이상인 대학에 주어지는 최고 평가다.

 

이번 사업은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 지방 사립대학이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경쟁력을 높이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일반대학 16곳과 전문대학 17곳 등 모두 33개 대학이 선정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5년간 약 6000억원을 지원한다. 선정 대학은 특성화 지방대학으로 지정돼 규제 특례도 적용받는다.

 

선문대가 제시한 특성화 분야는 반도체 후공정과 장비제어다. 대학의 소재지인 천안·아산을 비롯해 세종과 청주로 이어지는 충청권 반도체 산업이 패키징과 테스트 등 후공정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반도체 설계나 전공정을 중심으로 특성화한 다른 대학과의 차별화도 꾀했다.

 

학사구조 개편은 과감하다. 선문대는 현재 전자공학과와 반도체소재공학과, 디스플레이반도체공학과를 통합해 2028학년도에 정원 120명 규모의 전자공학부를 신설한다.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은 학과를 단순히 폐지하거나 전체 정원만 줄이는 방식과는 다르다. 안정적인 충원율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비특성화 분야의 정원을 반도체 분야로 옮기고 교수진과 교육시설, 산학협력 자원을 집중하는 선제적 구조개편을 선택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7년간 축적한 반도체 교육 경험이 있다. 선문대는 2019년 이후 반도체 인력양성 관련 국고사업 3개를 연속 수행하며 전문 교육공간 6개실과 참여기업 30개사를 확보했다. 이번 S등급 선정은 기존 성과를 일회성 사업에 머물게 하지 않고 대학의 학사구조와 결합한 계획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다.

 

교육은 학생 전원이 참여하는 ‘FAB 기반 실무 교육과정’으로 운영한다. 산업 맞춤형 실무교육(Field-aligned practice), 몰입형 교육(Accelerated immersion), 수준별·모듈형 교육(Block-modular levels)의 영문 앞 글자를 따 FAB 체계로 설계했다.

 

기업 159곳을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10개의 모듈형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전체 교육과정에서 실습이 차지하는 비율을 47.3%까지 높인다. 학생들이 장비 운용과 공정제어, 패키징·테스트를 직접 경험하도록 해 졸업 후 별도의 장기간 재교육 없이 산업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구상이다.

 

취업과 지역 정착을 연결하는 산학협력망도 확대한다.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반도체 기업이 참여하는 ‘CHIPS 지산학 협의체’를 신설하고 채용 연계 협약기업을 현재 30개사에서 60개사로 늘릴 계획이다. 교육과 현장실습, 공동 프로젝트, 채용을 하나의 경로로 연결해 지역에서 공부한 인재가 지역기업에 취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선문대의 특성화 전략은 아산지역의 산업 변화와도 맞물린다. 삼성전자는 아산 온양사업장에 46조원을 투자해 기존 테스트 중심의 생산기지를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산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후공정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에는 관련 기업 127곳이 집적돼 있으며 참여기업들은 2030년까지 3700억원을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대기업 투자와 협력기업 집적, 대학의 인력 양성이 맞물리면 아산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후공정 생태계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문대가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교육을 맡고 기업이 실습과 채용에 참여하는 구조가 정착되면 청년인구 유출을 줄이고 지역인재의 취업·정착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성제 선문대 총장은 “S등급 평가는 반도체 분야에서 쌓아온 교육 역량과 사업계획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성과”라며 “충원율이 안정적인 상황에서도 대학의 자원을 특성화 분야에 집중하기로 한 것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 전원이 참여하는 FAB 기반 실무교육과 산학협력을 통해 현장형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지역에서 배운 인재가 지역 산업의 핵심 인력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