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그들이 ‘이상하다’고 말했을 때

언론은 자본의 관성에 침묵 말고 경고 목소리 내야

이달 초 미국 경제·금융 매체들은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와중에도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현상을 앞다퉈 보도했다. 10월5일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5.35%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경고음이 커졌지만, 정작 나스닥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채권금리가 계속 오르는데도 나스닥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썼다. 로이터는 달러와 국채금리가 오르고 유가는 내리는 가운데 나스닥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투자자들이 금리 급등을 무시하고 나스닥을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세 매체의 어조는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금리와 주가가 모순된 움직임을 보인다는 사실을 제목에 내세웠다. 독자에게 남는 인상은 지금 시장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상함이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제목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필웅 국제부 차장

기사 본문에는 금리 상승의 배경,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대형 기술주의 강세와 시장 내부의 양극화 등 분석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분석의 부재가 아니다. 헤드라인은 시장의 모순을 지적했지만, 그 모순이 어떤 위험을 예고할 수 있는지는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수년간 자산시장의 상승에 편승해 온 이들 매체가 마침내 균열을 마주하고서야 제목을 통해 독자에게 전한 메시지는 결국 ‘무언가 이상하다’뿐이었다.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도 위험 신호는 포착됐다. 미국 주택가격은 2006년 초 정점을 찍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2007년 금융시장을 흔들기 시작했다. 위험을 경고하는 보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언론은 개별적인 위험 신호를 포착하고도 이를 구조적 위기의 징후로 연결해 보여주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그때도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인상의 제호만 있었다.

컬럼비아대학이 발간하는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CJR)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내놓은 연구는 당시 언론에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를 시사한다. CJR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주요 금융매체 9곳의 관련 보도 700여건을 추적했다. 당시 언론은 2000∼2003년 주택시장 거품과 모기지 업계의 문제를 비교적 적극적으로 보도했지만, 거품이 커진 2004∼2006년에는 오히려 중요한 추적을 놓치는 한계를 노출했다. 개별 경고는 있었지만 주택 거품과 부실 대출, 이를 증권화한 월가 금융기관 사이의 연결고리를 하나의 구조로 보여주지 못했다. 너무나 뜨거운 자본의 광기와 그 관성에 휩쓸려 언론이 필요한 순간 필요한 지적을 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금융위기 이후 언론은 달라졌을까. CJR은 2018년 위기 10주년을 맞아 이 질문을 다시 던졌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의 미국 편집 책임자였던 질리언 테트는 “솔직히 말해 그다지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AI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 속에 다시 거대한 투자 붐이 일고 있다. 지금의 시장이 2008년과 같은 위기로 향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의 실패를 돌아본 뒤에도 언론이 위기의 징후를 ‘이상하다’고 지적하는 데 그친다면, 언론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 이번에도 자본의 관성에 휩쓸려 필요한 분석과 경고를 주저하는 것은 아닐까. 이는 미국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AI 열풍 속에서 우리 언론도 자본의 관성을 거슬러 시장과 대중이 알아야 할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할 때다.